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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立秋

- 여름아 이제는 안녕

by 갈대의 철학

입추立秋

- 여름아 이제는 안녕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여름아 이제는 안녕

여름 햇살도 이제 안녕



똑똑똑

가을의 문턱에

당신의 가을 햇살이

노크를 하며 들어온다



여름 바람도 안녕



이제 갈바람 불어오는

가을 고갯길을

너와 함께 살짝 넘어가 볼래



늦깎이 여름

풀벌레 소리도 안녕



솔솔 가을바람에

소스라치게

울어재끼는 소리들은



이제 귀뚜라미 소리에

넘겨줄래



입추 언저리에

살랑살랑 나풀나풀

찰랑 거리는

은빛 머릿결 따라



가을바람 소식 불어오는

안산 고갯길을

그녀가 자전거를 타고

넘어간다



입추에 불어오는 바람을

가을바람이라 여길래


가을바람 밀려오는


그대의 말려 올라간

분홍색 원피스 치마가

애처롭고 안쓰럽게 흔들거린다


밤새 내려앉은

뜨겁던 마음도 식혀갈

이른 아침 나들이 길


새벽 밤 찬 공기에

몰래 내 곁에

이슬이 내려앉았다



아직도 무더운 여름날

마지막 여정길이 되어갈

너에게로 다가가는

가을맞이 마중 인사는

이렇게 하고 싶어



뜨겁던 여름날이여

이제는 안녕



가을바람이

나의 귓전에 속삭이네



지난여름은 나 아닌

다른 이의 뜨거운 사랑을

한 몸에 받았지만



이제는

다음을 기약해

너에게 못다 한 이야기는



올 가을엔

모기 입 삐뚤어지는

처서에 살짝이 고백할 테야



다시

너를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올벼 나락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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