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길
- 가을이라 부르기엔 나에겐 아직은 서툴다
가을 길
- 가을이라 부르기엔 나에겐 아직은 서툴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가을이라 부르기엔
이 여름의 끝자락이
너무 길다
다시 돌아오지 못할
마지막 계절을
마치 굶주린 늑대처럼
사냥하듯
맞이해야 하는
이 가을은
나에게 오지랖 떨듯
다가오는 너의 사랑에
비할 데가 못된다
지난 청춘을
다시 불태우듯
가을 마중은 아직
내 차지가 못 되듯이
초목 초록 길마다
가을 결실의 부산물들이
아직도 식지 않은 채
이 가을의 깊이를 가늠케
다가온 다지만,
아직도
서슬 퍼런 녹두장군의
기개가 남아있는지
이 가을 고개 관문을
이 가을 길
나 홀로
걷는다는 것은
나에게는 너무나
사치다
걸어올 때는
뒤도 되돌아보지
않을 듯이
걷고 또 걷고
잠시 돌부리에 걸터앉아
계곡에 수북이 쌓여가는
낙엽들이
애처롭게 흐르는 물살에
얽매일 때면
이 깊고 깊은 산야에
나무 숲 사이로
간간이 비춰오는
작은 햇살이
내 폐 속 깊숙이
철의 장막을 걷어차듯
살아가야 할 이유를
여름 지나는
가을의 지심에서
너의 의미를 되새김질 한다
개미취2025.9.12 치악산 영원사 가는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