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을 동주

- 가을 바람

by 갈대의 철학
구름과나 . 블랙테트라

가을 동주

- 가을 바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는

치악의 언덕에 올라보라


하늘에 먹구름 잔뜩 끼고

오늘 같이

햇살 한 점 없는 날


치악에 오르는 마음

그것은 천상의 길을

걷는 길이 된다


가다가 멈추면

잠시 그 틈바구니에서

여기저기

이구동성 들려오는

천상의 소리에 귀 기울어 보라


어느새 내 마음도

그곳에 동화되어 가듯

하늘과 맞닿아 가면


내 마음

공활한 하늘에

신의 노예가 되듯


정상에서 바람 앞에

날개 없는 천사의 나래짓에

저 하늘로 날아오를 테세라


이 길을 오르다 보니

거긴 가긴 가겠지

거기가 여기겠지

조금만 오르면 바람 타겠지


그러다 막연히

언젠가는 오르겠지

가다 서다 말다 쉬어가다

포기하겠지


또다시

걸어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정상에 올라서니


그 길에 위

나를 반겨주는 이 있어

은 접시 쟁반 위에

가을바람에 춤추는 억새밭에

갈대가 구슬피 곡절 한다


나의 지난 하얀 꿈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꿈틀거리며

춤 출 때면


나의 어린 시절

못다 이룬 꿈들이

하늘 아래 날갯짓을

퍼듸덕거린다


2025.9.19 치악산 가는길에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