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동주
- 가을 바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는
치악의 언덕에 올라보라
하늘에 먹구름 잔뜩 끼고
오늘 같이
햇살 한 점 없는 날
치악에 오르는 마음
그것은 천상의 길을
걷는 길이 된다
가다가 멈추면
잠시 그 틈바구니에서
여기저기
이구동성 들려오는
천상의 소리에 귀 기울어 보라
어느새 내 마음도
그곳에 동화되어 가듯
하늘과 맞닿아 가면
내 마음
공활한 하늘에
신의 노예가 되듯
정상에서 바람 앞에
날개 없는 천사의 나래짓에
저 하늘로 날아오를 테세라
이 길을 오르다 보니
거긴 가긴 가겠지
거기가 여기겠지
조금만 오르면 바람 타겠지
그러다 막연히
언젠가는 오르겠지
가다 서다 말다 쉬어가다
포기하겠지
또다시
걸어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정상에 올라서니
그 길에 위
나를 반겨주는 이 있어
은 접시 쟁반 위에
가을바람에 춤추는 억새밭에
갈대가 구슬피 곡절 한다
나의 지난 하얀 꿈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꿈틀거리며
춤 출 때면
나의 어린 시절
못다 이룬 꿈들이
하늘 아래 날갯짓을
퍼듸덕거린다
2025.9.19 치악산 가는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