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다시 가고 오고
- 사랑도 다시 오고 가고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계절은
기다리지 않아도
때가 되면 저절로
찾아온다는데
떠나간 님 소식은
가을 찬바람 불어와
붉은 단풍이
내 곁에 날려와도
계곡에 떨어진 단풍 한 잎의
그리움 한 점 보다 못하니
기다림의 끝은 하염없어라
안쓰러운 마음
가여워하는 나의 심정을
스스로의 위안으로 벗 삼고
가까이할 수 없는 마음은
만추에 떨어질
낙엽들의 위로가 기다림이
되어줄까
어느 늦가을날
찬바람 앞에 코 끝이 시리고
아련해지는 것을 보니
그대 다정다감했던
두 손 하나 가득 감싸주며
따뜻한 입김으로 불어주던
네 사랑의 끝에 매달린
붉은 단풍이 고명스럽기만
하는구나
아~
이내 마음 둘 곳 없는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는
몽환의 마음은
찬바람 뒤에 쓸쓸히 남겨진
뒤안길에 되돌아본 아쉬움에
너에 대한 사랑은
뭇 사랑을 그리워하는
처자의 슬프디 슬픈
다정스러움의 절정에 끝에
찾아오는
무정스러움을 달래어 가는
불어오는 계절바람에
여유도 주지 않는
나의 옷깃만을 탓하며
여매게 하여 간다
2025.10.24 치악산 상원사 남대봉 가는 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