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돌아오지 않을 기약할 수 없는 마음을 남겨두고
그녀는 떠났다
- 다시 돌아오지 않을 기약할 수 없는
마음을 남겨두고
시. 갈대의 철학[蒹葭]
우리의 만남이
그리 길지 않아도
마음 아파와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우리의 사랑이
그리 깊게 의존하지 않아도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우리의 소망이
그리 이루어지지 못하여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희망이라는 불꽃이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초심과 같은 심지가
깊게 굳어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사랑이
저 파도처럼
격동 져 올 때면
다시
거침없는 사랑을 하여
바다를 잠재우고 싶습니다
우리의 우정이
저 고요히 물결치는 파도처럼
잔잔히 일령져 올 때면
못다 이룬
마지막 사랑이 남겨져 있는
쓰디쓴 가슴 한편의
시리고 쓰린 마음이
열정의 뜨거운 불꽃으로
다시 태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일지도 모릅니다
나의
남아있는 마지막 알랑한
구겨진 자존심도 모두 다 써버리고
못다 피운 땀의 여정을 위해서
우리의 사랑도 잠시 쉬어가려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예전처럼 그리 정열적인 사랑을
할 수 없을까
염려가 되기 때문인 것도 아니며
그녀의 가느다란
두 어깨 위에 얹힌
잃어버린 작은 날개를
달아주기 위함도 더더욱 아니랍니다
금세 불타올랐던 사랑이
금세 식어가는 마음처럼
바닷가 모래 백사장에 쓰다 남겨진
"사랑... 해"라는 말 한마디 보다도 못한
파도 속 포말에 휩쓸려 사라져 갈까 봐
아쉬움을 뒤로 남겨둔 채
다시 밀려오는 파도에
다시 써보지만
사랑이라는 두 글자는
허공에 쓰여 남겨지지 않는
구름 속 감취진 글자만도 못하였습니다
자칫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 없을까 봐
걱정이 앞서는 그대 앞에
주체하지도 못한
다스릴 길 없는 마음을 두고
"뚝뚝.... 뚝" 두 눈망울에 떨어진
하얀 도화지 위에 쓰다 남겨진
나의 마음 너의 마음을
차마 미완성이 필요한
눈물도 하염없이 흘러내려
종이를 적시며
더 이상의 연필은 제 갈길을 벗어나
갈지자로 쓰여지고 맙니다
사랑의 마지막 장을
넘기지도 못한 채
온점만 찍고 쓰다만
미 탈고된 원고만 바라보다
못다 쓰인 원고가
마지막 마음이었을까
그대에게 다시
사랑에 빠진다는 증거는
아무런 소식도 없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 꿈을 향해
잠시 내 곁을 바람처럼
스쳐지나 사라질 때 라고
감히 앞써 말해두렵니다
그대를 향한 나의 기다림도
오랜 인고의
미 탈고된 원고의 기다림도
지쳐 쓰러져 갈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잠시나마
바닷가 파도에 쓸려간 사랑도
하얀 도화지에 그리다 만
쓰고 또 지우고 쓴
사랑의 미완성의 원고도
그 속에 얼룩져 바람에 쓸려갈 눈물도
모든 것이 그대에게 있어
그대로 이었습니다
못다 이룬 꿈과 희망이
갯바위에 부딪혀 금세 사라지는
저 파도 속 포말 일지라도
하얀 도화지 위에
쓰다만 그대 위한 노래보다
한없이 끝없이 펼쳐진
저 망망대해로 백사장에
어느 이름 모를 장소일지 모를
못다 남겨 쓰인 마음을 찾으려
바닷속 어딘가에 있을 듯한
그대의 자취를
애써 찾아 나서려는 마음은
그래도 아직도 나는
그대를 못 잊어하며
사랑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삼척 새천년도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