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그대와 키스를 하고 싶습니다
첫눈 내리는 날에는
- 나는 그대와 키스를 하고 싶습니다
시. 갈대의 철학[蒹葭]
첫눈 내리는 날에는
나는 그대와 진한 포옹에
그리 길지도 그리 짧지도 아니한
키스를 하고 싶습니다
예전에 그 길가 카페 옆 골목 퉁이에서
그해 첫눈 내리며
양손은 꽁꽁 얼어 서로를 호호 입김 불어주던
첫눈을 맞이하며 떠난 그 골목길에
그날에 일어난 있음 직한 일들을
땅위에 소복이 쌓인 눈을 바라보며
서로의 말 못 할 사연을
벙어리장갑에 서로의 마음을 담았던
하얀 도화지 위에 그려놓은 수백 화에
그렇게 아무 일 없듯한
사랑의 증표를
눈 위에 쓰고 그려 놓았던
그 길가 골목 퉁이의 그 카페에서
다시 첫눈이 내리는 날을 기다리는
마지막 잎새처럼
그대와 내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반 근심반의 마음을 두고
첫눈이 하염없이 내리며 바라보던
촉촉함의 차가운 감 마저 그대 두 눈에 녹아
하염없이 눈물이 되어갔었던 그날을
첫눈 내리는 날에는
나는 그대와 키스를 하고 싶습니다
다시 그대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예전에 함께 걸었던
그 길 카페에서
따뜻한 차 한잔을 마주 보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사랑이 불타 오른 듯한
지극한 눈빛을 건네며
찻잔을 들고 점점 가까이 다가가
두 눈을 살포시 감 기우 듯한
눈썹이 새 가슴처럼 파르르 떨듯한
그대의 고운 앵두 입술에
찻잔의 뜨거움인지
그대의 따뜻한
온기가 베어 나온 열기인지
아무도 모르게 키스를 할 거예요
[2017.8.25. 청계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