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4 철계단에 앉아서
- 404 철계단에 앉아서
詩. 갈대의 철학
소금산에 올라
경치를 조망하노라면
어느새 모든 것을 잊을 수가 있더구나
사랑에 아파했던 시절의 마음도 잊고
사랑에 배고파했을 때의 감정도 잊으며
사랑에 울어지칠때까지 설움도 잊고
사랑에 놓아주었을 때 슬픔도 잊으며
가질 수 없는 사랑에
더 한없이 사모했던 연정에 가슴 시리도록 아파했던
난 잊을 수 있겠네
나를 대신해 줄 바람이 불어오고
저 멀리 덧없이 허공에 날갯짓하는
나그네의 새처럼
지금 비틀즈의 Hey Jude를 들으며
이 순간은 무엇이든지 잊고 싶구나
아니 잊을 수가 있구나
사라져 간다네
오르는 내내 찌든 짠내의 땀 내음새도
바람따라 저 창공에 날아가고
창공의 허공에 불러보는 너의 이름도
저 높이 더 멀리 날려 보내고
터널 속 빠져나오는 기적소리에 내 목소리 실어 떠나보내네
나의 꿈꾸어 왔던 작은 꿈도 떠나보내고
날아가는 새들에게 내 마음도 가져가라 하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나의 영혼도 떠나보내리
이곳에서 모든 것을 잊고
소소한 마음이 들 때까지
여기에 묻혀 살고 싶어라
바람따라 떠나 왔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구름따라 떠나 왔다고 전하고 싶지 않다
그저 내 몸은 너의 부수적인 미약한 존재에 지나지 않으니
나의 모든 것을 너에게 진정 맡기고 싶다
2016.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