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비와 우산
산수유
- 봄비와 우산
시. 갈대의 철학[蒹葭]
봄비가 내렸다
처음과 끝에
하염없이 내렸다
우산 없이 내린 마음
우산 없이 걷는 마음
얼마나 젖었을까
가랑비에 옷 젖시우듯
아주 작은 비에 그대 마음도 젖어올까
봄비에 내 옷 젖어들 때면
그 속에 담은 내 마음은 젖어들지 않았다
우산도 안 쓰고
봄비에 내 마음 젖 시운채
내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발가벗은 유희처럼
들통 시켜버리고 싶었는데
수줍던 꽃 망울 감춤세에
봄비에 산수유가 먼저 부끄러움 없이
잎이 피기 전에 내 마음을 들켜버렸다
봄비에 내 마음 감추고
봄비에 네 마음을 산수유에 빼앗긴 것 처럼
내 마음이 봄비에 그대 마음 젖어들라치면
끝없이 멈추지 않을 것만 같았던 네 눈물도
어느새 봄비와 함께 내려
내 마음도 젖시워 간다
다음에는 겉과 속이 다르지 않게
모두 젖어
벗어 버리리
그리고
남들이 뭐라 하든지 개의치 않으련다
[2018.3.16 청계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