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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Mar 28. 2018

꽃의 마음을 아시나요

- 그대의 이름을 알아야 하나요

꽃의 마음을 아시나요

- 그대의 이름을 알아야 하나요



                                                시. 갈대의 철학[蒹葭]



꽃의 이름을 알아

제가 기억이 나나요


제 이름을 불러주어야만

비로소 제가 그대에게  있어

한 객체로 남아있게 되나요


꽃이 예쁘고 아름다운 꽃만

꽃 이름을 알아야 하나요


꽃 이름을 많이 불러주고

익히 알아야

그 꽃이 사랑스럽고 예쁜 건가요


향기 없는 꽃도 꽃이요

예쁘지 않은 꽃도 꽃이랍니다


나는 그대의 이름을 알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그대의 외모적인 것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단지,
그대 이름 불러주었을 때

혹시나 하는 여린 마음이 생길 것 같아

감히 엄감생심을 못하였습니다


그래도 나는

이듬해 다시 피어나는 꽃일지라도

오랫동안

그 길가 그 모퉁이 옆에 피어난

이름 모르고

향기도 나지 않는

그리 예쁘지도 아니한 그 꽃을

돌아오는 계절에는

꼭 그 이름을 알고 싶어 질 거예요


그대를 닮은

바람꽃처럼

아주 여리고

작은 바람에도  흔들릴 수 있는

그 누군가의 우산을 받쳐 주지 않으면

작은 가랑비에도 다 젖어버려

금세 눈물 흘릴 것 같은

그대이기에

더욱 간절히 소망하여 지켜주고 싶어요


그러면

내가 그토록 바라던 그대의 이름을

불러주어도 되나요

[2018.3.27  덕수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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