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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Nov 02. 2020

떠나거라 가을아

-무엇을 붙잡으려 하는지

떠나거라 가을아

-무엇을 붙잡으려 하는지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다가오는 겨울

이렇게 하게 하소서


만추에 단풍나무 잎 사이로

삐쭉이 고개 내민 햇살에

줌이 주는 따뜻함의 위로가


곧 그댈 사랑하는

마음을 기다리게 하는

그리움이 되게  하소서


어느 늦가을날

모든 낙엽들이

떨어지고 쌓여가고


떨어진 낙엽을 쓸면서

마당의 공허함이 안겨줄

그러한 빈 마음이 되게 하소서


그리고

그 위에 첫눈이 수북이

내리며 쌓여가고


그대 슬프게 한

마음도 보듬을 수 있는

자비로운 마음을 지닐 수 있게 하소서


삶이 역겹거든

살아온 삶

겨워한 날을 생각하고


차디찬 겨울이 오고 난 후

광야에 내 몰린 마음일지라도


현재에 그 자리에 서있는

마음이 어떠한 마음이었는지

되뇌게 하소서


가을이 

마지막이 될 사랑이 찾아오고

기다려질 때면


가을 찬바람에

힘없이  매달린 낙엽들이

왜 그토록 처절하지 않은지를


떨어져 버린 마음이

떠남으로써

잃어버린 자유의 갈망으로


그토록

그리움의 표상이 되어가

마지막 희망이

소망이 되지 않게 하소서


2020.11.1 행구 길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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