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 사랑

- 기억된 사랑

by 갈대의 철학

오동나무 사랑

- 기억된 사랑


시. 갈대의 철학[蒹葭]



어느 시월에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 날

사랑만 남겨놓고 떠나간 사랑

만추 된 사랑만을 추억하고

기억된 사랑이

남겨진 사랑이 되었네


생강나무 피기 전에

떠났던 사랑


산수유 필 때

돌아온다 던 사랑


진달래 피어날 때

만날 수 있다던 사랑


철쭉 피어났을 적에

기다려온 사랑


오동나무 꽃 필 적에

그리움만 남겨진 사랑이

오동나무 꽃 질 적에

또다시 기억된 사랑이 되었네


늘 그대를 바라보는 나는
낮에는
해바라기의 마음이었다가

밤에는
달을 사모하는 달맞이 꽃의 마음이었다가


내 마음은

어김없이 꽃이 피고 지는 사랑 앞에


꽃이 필 때의 마음이

그때 그 사랑이 전부였다고

꽃이 질 때의 마음은

그때 못다 한 사랑이 전부였다고


오동나무 꽃 떨어질 적에

다시 피어날 거라 내 사랑은


오동 떡갈잎 한 장에 우산 받쳐 들고

어느 봄비 내리는 치악산 산자락
익숙한 만남의 산사 카페에서


무심코 스쳐 지난 창가 얼굴에 비친

턱 고이고 따뜻한 차 한잔 들고

모락모락 피어오른 김서림에

아득히 물안개처럼 피어오른 그리운 얼굴


얼핏 내비친 보고픈 얼굴에
그리운 얼굴 내비칠때

설레고 앞서가는 마음 앞에

차마 나는 그 카페 그 창가를
더 이상 바라보지 못하였네


그래도 기억의 사랑이 돌아올 거라

돌아오던 그 카페에도 피어났던

아카시아 꽃도 흐드러지게 다시 필 거라
그 꽃 향기 전해져 올 때
나는 또다시 기억의 사랑을 할 거라네


[2018.4.28 둔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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