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해에 갇힌 사랑
치악산(비로봉이 되어버린 사랑)
- 운해에 갇힌 사랑
시. 갈대의 철학[蒹葭]
치악산 따라간 사랑
내님은 어딜 가고
나 홀로
이산을 배회하게 만드나
이산 저산 이리저리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내 사랑 찾을 길 없어
옛 시루봉에 올라
그해 눈 덮인 산에 건네준 사랑
박새 날아와 훔쳐간 사랑이 되어가고
옛 비로봉에 올라
그해 느지막한 가을 녘에
내 마음보다 더 빨간 단풍에
내 사랑은
낙엽으로 덮인 사랑이 되어버렸네
치악산 쉬어 넘는 고갯마루마다
봄이 오는 길목을 서성이게 해
내님일랑 착각일까 하여
넌지시 말 건넬까도 싶어
혹시나 하는 여린 마음 앞을
간간히 소식들을 거라
여길 거라
염려이게 또다시 서성이게 해
지극 정성을 들여 하늘에 재를 올린
치악의 비로봉에 미륵불 탑도
치성을 쌓아 올린 마음도
하늘의 노여움에 한 순간에 무너지니
또다시 쌓고 쌓아 올리는 마음이
하늘의 연에 닿아었야만 하였는지
용기 내어 목구멍 겹겹이 막혀 올라와 쌓인
미륵불 탑의 마음처럼
" 얼마나 보고싶..... "
이 말 한마디에
울분의 한 숨 짖게 될까
벙어리 냉가슴 앓듯 되어버릴까
조바심만 한층 더 쌓게 해
힘겹게 올라오는 이에게
간간히 네 소식 물어보아
그러한 사람
이러한 사랑 못 보았다고 하고
어디서 무엇을 찾아 헤맨 마냥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어디서 머물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하는
염려되는 마음도
저 구름 속에 간직한
운해의 마음만이 알아줄 뿐이었네
지금은 옛사랑에
옛 마음이 되어버린
고 둔재에 갇혀버린 사랑
향로봉에 묻어버린 사랑
나는 그러한 사랑이
순백의 백치 아다다 보다
더 고결하고 순결한 짝사랑에
그리운 사랑이라 되어버린 날
그날 떠나간 사랑아
못다 한 남는 사랑에
고이 간직한 사랑이었으면 하였단다
그날 불태운 사랑아
타다 남은 부족한 사랑
다시 태울 수 있게
남은 여지의 불씨를
고이 간직한 사랑이었으면 하였다
그렇지 않은 사랑
그러한 모호한 사랑은
내가 그대를 위해서 그대가 나를 위해서
또다시 만날 훗날의 아픔 된 마음이
치악산 오른 네 발자국 따라 올라섬이
기억의 저편에 있을 네 초상화에
다시 각인되어 상처가 될까 두렵기까지 한다
불어오는 봄바람에
시샘도 마다하지 않는 그대
내 귓전의 울림도
달가워 마다하지 않은 그대
봄바람 유혹의 뿌리도
입석사 계곡의 물소리도
심연의 바다보다 깊은
심곡 된 마음이 아니어도
난 두렵지 않으리
사방에 메아리 되어 들려오는
네 목소리 인양하는
저 하늘에 드리워진 구름이
너를 품은 꿈인들 어떠할까
방황하는 마음도 좋다마는
지쳐가는 장딴지 터질 거라
뚜벅이 된 사랑
너무 염려 치도 여의치도 게의치도 말거라
어딜 가도 이 깊은 산야에
네 숨을 곳이 어디메야 있을는지도
숨바꼭질에
숨은 그림 찾기 하듯 하더라도
산산이 부서진
갯바위에 부딪힌 파도만큼이나
아픔을 감수하리까
찾아 헤맨 사랑
분에 너무 치우는 사랑
찾아 떠난 사랑
격에 맞추지 못한 사랑
부족한 사랑만을 채우기에
내가 가진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네
길을 잃은 흰나비 한 마리 날아와
바람꽃에 앉았다 다시
불어오는 실바람에 놀라 날아가네
행여 하는 설렘 마음에
나비따라 올라온 이 산야에
바람따라 떠나온
치악산 운해 속에 숨었나 싶어
떠나간 내님이
그리운 계신 품으로
떠나왔나도 싶어서
치악산 산자락에 걸쳐있는
운해에 갇혀버린 사랑이
아직도 헤아리지 못한 네마음에
그리운 내님을 싣고 떠나가는 구름이길 바라보네
[2018.5.7 치악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