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죽나무(대죽 나무)

- 사연(事緣)

by 갈대의 철학

때죽나무(대죽 나무)

- 사연(事緣)


시. 갈대의 철학[蒹葭]



너의 삶이 그러할진대
그래도 너는 믿을 수 있는
땅의 기운이 있어 살아간다지만

그러나 나의 삶은
하늘에 기댈 수 있는 믿음이 있어

그럼 나도
너의 삶처럼 그렇게 살아갈 거다


모진 세월 앞에

억척스러웠던 삶도

모진 시간 앞에서
네 인생에
나와의 운명된 만남도

팔다리가 썩어가는 풍파속에

뭉그러져 가는 마음도


서서히 죽어가는
한낱 이슬에도 못 미더운 몸뚱이에다

비비대고 울부짖으며
꽃을 피워 대며 살아가는데


너도 살고 싶다고

나 또한 살고 싶다고

발버둥에 허리 굽혀 하늘 올려다보지만

혼자서 이어가는 버거운 숨통이

안쓰럽고 측은한 마음 그지없더구나


너의 믿음에 대한 나의 신뢰가

인내에 한계의 끝을 보여주지만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썩어가는 팔다리 몸뚱을

가지치기하듯 하여

겨우 한 목숨 연명한 삶이
언제 다할지도 모를 기약 없는 시간에
조바심만 한층 더 초조해 가더구나

아직도 지난 겨울에 몹시 추웠던 탓에

숨이 차고 봄기운 덕에 살아 남아가더라도


그래도 네 꿈은 하나
다시 돌아오는 잇해 가을
너의 삶을 대신 이어갈
못다 핀 꽃 한 송이가 위로하듯

한 가지에 잎이 나고 꽃을 피워
오랜 세월 아픔 마음에 상처를 보듬듯 하니
가을의 결실을 맞이하려 하더구나


내 마음이 심지어
약한 마음에 걸림돌이 될지라도
내인들 나의 삶에 너처럼
못 울부짖을쏘냐 마는
그래도 나는
내가 너였으면 바랬었는지도 모른단다

콸콸 꽐 쏟아지는
너의 피눈물인 쇳물을 부어다오

그러면 나는

너를 대신할 폼페이의 사랑이 아닌
영원히 부서지지 않을
사랑으로 남고 싶더구나


[2018.5.10 덕수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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