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없는 길(An endless road)
길(way)
- 끝없는 길(An endless road)
시. 갈대의 철학[蒹葭]
참
이 길을 많이도 걸어왔었다
나와 그대
마치
사치스럽게 자랑하듯이
어떤 때는
그녀보다 더 당당하게
어떤 때는
그대보다 더 씩씩하게
그러나 지금
늘
걸어왔던 이 길에
내가 누워있었다
밟고 지나가라고 하여도
그대는 피해 가고
그래서
난
내 인생에
이 길이 야속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서운한 감정도 들지 않는다
다만,
앞으로
이 길을 또다시 걸어가야 한다는
막연한
현실감 앞에서
가끔은 두려움이 앞선다
지금쯤
나와 그대와의
종착역은 어디쯤 다가왔을까
늘
출발역은 같았으니까
봄비 내리는
기차 창가에
구슬처럼 알알이 굴러가는
네 모습을 바라볼 때면
우리의 처음과
마지막 만남에
그대가 흘려준 눈물일까 생각되어
한없이
레일 위를 달릴 것만 같은
내 울음도
기차 떠나가는 기적소리에
묻혀 가듯
잊혀가는 듯이
아득하게만 멀어지게 하네
그대는
기차 차창밖에서 눈물 흘리고
나는
떠나가는 기차 안에서 우니까
마치
나와 그대와의 현실이
항상
유리알 유희의
유리벽 사이처럼 지내 온 것 같았어
안녕 그대여
[2018.5.23 만종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