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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 사랑

- 외길 사랑(빈 의자)

by 갈대의 철학

한길 사랑

- 외길 사랑(빈 의자)


시. 갈대의 철학[蒹葭]



사랑을 할 때에는

한길 사랑보다

외길 사랑이 더 아름답습니다


한길 사랑은

늘 한쪽만 바라보는 사랑 앞에

나머지 사랑을 바라볼 수 없는
슬픔을 간직한
거울의 한 면을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그러한 반면에 외길 사랑은
반쪽 사랑이 되어
사랑을 기다릴 줄 아는 사랑이 되어갑니다

이 사랑이 더 아름다운 것은

나머지 반의 사랑을

늘 채워줄 수가 있으며

못다 한 사랑을 채워가며 기다릴 수가 있습니다


그렇지 못한 한길 사랑은

사랑의 상처를 받게 되면

그동안 쌓아온 사랑의 탑도 쉽게 무너지고

그동안 못 미더웠던 사랑도
한 순간에 사라지며
채워줄 수 있는 사랑도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혀가고 맙니다


외길 사랑이 한길 사랑 못지않은 것은
오랫동안 바라만 보고 기다려 와서 지루하지가 않으며
그 사랑이 갑자기 내 앞에 모습을 보여도
태연한 척 말없이 따뜻한 눈길을 주며
부족한 사랑이 다가오면
언제 그랬느냐 하듯이 어떠한 사랑이 찾아와도

다가설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습니다

마치 아무도 앉지 않은 빈 의자가
외롭고 쓸쓸히 고독한 방황을 보이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는
그대 아닌 다른 사랑이 찾아와도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의 창을
항상 열어두고 기다림을 대신할 수가 있습니다


2018.6.9 둔치에서
2018.6.9 섬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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