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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소낙비처럼 왔다가

- 사랑은 바람처럼 떠나간다

by 갈대의 철학

사랑은 소낙비처럼 왔다가

- 사랑은 바람처럼 떠나간다


시. 갈대의 철학[蒹葭]



사랑은 소낙비처럼

세차게 내려와
내 빰을 젓시며 때리고


사랑따라 내린 소낙비에
바람따라 가버린 사랑


사랑은 한낱 바람의 존재로만 기억하고

남는 것은 그대의 그림자와 추억뿐


소낙비 내리는
그리운 어느 언덕 너머에 있을

우산을 쓴 듯 안 쓴듯한

멀리 바라 보이는

흩날리는 그대의 긴 생머릿결 따라

그대가 이곳에 기다리고 있을 거라

바람의 방향을 믿어 보고 걸어간다


사랑따라 섬강을 건너왔고

이 길 따라 못가면 한강에 못다다를까 싶어

사랑따라 또다시 그 강을 건너니
이 길 따라 나서면
인천 앞바다 소래 포구에 다다를까 싶어
눈시울 적셔오는 마음 그대는 알까


사랑 잡이 바람에게 물어보았어


사랑이 떠날 때는
폭풍우 치듯이 요란하여만 하였는지
사랑이 다시 돌아온다던
바람처럼 말없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는 마음이어야만 하였는지를


그곳에 가면

바람은 어김없이
그날의 흔적을 지우려 애쓰지만


그곳에 가면
언제나 못 잊을 그대의 향수가 묻어난다는 것을

그날에 바람의 흔적만이 기억하고 떠나가겠지

2018.6.19 청계천 폭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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