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연(深淵)의 바다
시. 갈대의 철학[蒹葭]
너울너울 춤추거라 파도여
갯바위에 부딪혀 드려낸 네 이빨에 숨겨 둔 야성의 본능과
네 마음이 산산이 부서질 때 까지
기어코 부딪혀서 뭍에 올라서야만 하는
어쩔수 없이 네 마음을 감추듯 말듯이 해야만 하는
천지개벽 요동치듯이 다가서는 하얀 포말의 본성과
그동안 쌓아온
네 아성이 무너지지 않게 절규하는 포효와
보지 말았어야 했나
꺾이지 말았어야 했나
차라리 엮이지나 말았어야 할 것을
저 푸른 창공에 반사된 하늘 아래 네 모습에
너의 처절한 몸부림을 이해하여야만 했는가
이것이 너의 처연한 본연의 모습이 아녔던가
비바람에도 꺾이지 않을 너의 기세에
흔들리지 않을 거라
다짐에 다짐을 하였건만
네 울부짖음인들 이해 못할까 봐서도
그렇게 처절하게 뭍에 쓰러져 올라서야만 했는지
그래도 너는 바위에 부딪혀 아픔이라도 있겠지만
나의 아픔을 대신할 너의 무서운 자태에
가히 안 놀라는 이가 어디 있으랴
나의 마음과 아픔을 대신해주려거든
더 이상에 내 앞에서 울부짖지도 부딪히지도
엉엉 소리 내어 울지도 말아다오
아무리 한 많은 사연을 보탠 들
아무리 한 서리가 맺히고 내릴지라도
저 심연의 바다는 그저 아무런 대꾸도 없이
춤추는 파도만이 출렁져 온다
너울너울 춤추는 무당의 내림굿도 하늘 타령만 하고
가련한 슬픈 제 곡조를 이기지 못해 세월 타령에
해신당에 애랑의 사연만이
저 심연의 바다를 울부짖을 수 있느냐 말이다
이제는 너의 아픔만큼 다가오는 나의 상심에
대못을 박은 가슴이 더 서럽고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