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굽이 굽이 돌아라 섬강 아(옥지기)
돌아 돌아
- 굽이 굽이 돌아라 섬강 아(옥지기)
시. 갈대의 철학[蒹葭]
돌아 돌아 돌아와다오 섬강 아
너의 끝없는 마음이 다하는
내 발길도 멈추는 그곳으로 말이다
섬강에 홍수가 나고
옥지기에 물이 들어차네 차여
비 내리는 옥지기에 피난 떠날세라
대청마루 뛰쳐나와 맨발에
바지 적삼에 모시적삼 챙기지도 못하고
주섬 주섬 바리바리 쫓겨나 홑이불 걸치듯
내님은 어디로 떠났는지 보이 지를 않았네
옥지기가 섬이 되면 어떠하나
이리저리 찾아 헤매어도
그리운 이 아득히 저 강물 따라 찾을 길이 없는데
나도 저 강물이 되어 따라 건너리
그대 따라가다 보면 이 험한 세상보다야 더 하겠소
건너지 못할 이유가 저 황토물 보다
더하지는 아니하리다
떠나는 네 발길에
네 모습도 잊힐까 봐서도
그렇게 매정하게 매의 눈초리보다
더 독할 수 있느냐 말이오
그 마음 그대 마음이 아니란 걸
내 마음은 이미 건너지 못할 마음이 아니니 말이오
아무리 섬강에 물이 차고
아무리 그대가 숨을 곳이라 곤
부처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지어도
꿈에 그리운 아득한 향수가 서린 그곳
그대 살아 숨 쉬는 옥지기로 나는 떠나리오
굽이 굽이 한 고개 두 고개 넘나들다 보면
네 향수가 묻어나는
그곳이 어디 메인지 알 수는 없지요 마는
너의 만남이 꼭 아니어도 좋네라
어차피 그곳은 항상 그대의 보금자리였음을
그대 홍수 난 섬강 길에
에헤라 데 헤아 덩실 덩실 춤을 추어도
그대 눈물 머금고 떠나는 마음 앞에
한 없이 서럽게 복받쳐 울거든
저 덧없이 흘러가는 강물일랑
원망도
그리움도
기다림도
알량한 자존심에 사랑마저
함께 떠나보내지는 말아다오
내 눈물에 핏물 어리고 서릴 때
저 흘러 떠나가는 황토빛에 섬강도
내 눈물에 섞여 떠나가고
어쩌면 갸륵한 정성에 내 마음을 함께 하는지
아마도 그대 마음도
나의 눈물처럼
저 돌아 돌아 굽이굽이 치는 강물에
어느새 저 물길따라 같이
그대 마음에 닿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