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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릿대(산죽)

- 운명(運命)

by 갈대의 철학

조릿대(산죽)

- 운명(運命)


시. 갈대의 철학[蒹葭]



인생살이 육십갑자에
생을 두 번 맞이해야만 삶을 마감하고
살아가는 동안에
너와 나와의 운명적 만남도
오랜 관습적인 숙명된 인연으로 다가왔다

님 오신 긴긴밤을
호롱불 하나에 의지한 채
동지섣달 그믐이면
늑대 울부짖음에
찬바람이 이고

소복이 쌓인 설꽃에
조릿대 낙엽 처마 밑동은
네 님의 어린 눈물
설빙에 꽃눈 되어 맺혀 질때쯤이면

님 향한 한량한 마음에

못다 핀 한 꽃을 피우려

수십수백 년을 인내해야만 하는


네 처절한 마지막 몸부림을
이해하지 못한 내 마음을
이미 기다림이라는 이유로
네 곁을
다시 찾아 나서야만 하는 사연이 되었다


한 떨기 설국의 한 자락의 국화도
못 미더운 마음이고
남강에 흐르는 한 떨기 피어난
오죽의 꽃도 피지 못할 논개에도 못하느니

더 처절하고 몸부림을 외쳐야만 하는
절개에 몸을 받쳐
열매의 씨앗을 뿌리고 거둔 것이
과연 전생에 누구를 위한 마지막의 잉태였나


2018.7.22 치악산 고둔치 가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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