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나요

- 그대 내 마음을

by 갈대의 철학

알고 있나요

- 그대 내 마음을


시. 갈대의 철학[蒹葭]


바람에 스쳐 지날
인연이었으면

애당초 첫 마음을

보여주지 말았어야 할 것을


부딪혀 오는 살갗의 아픔에
끊을 수 있는 연줄이었으면

마음만이라도 흔들어 놓고

떠나지나 말았어야 할 것을


스쳐 지난
인연이 무엇이길래

내 마음 송두리째

빼앗아가고
흐트려지게 하였나


태풍이 와도

굳건히 지켜내었던 마음인 것을

적군이 벌 떼처럼 몰려와도

무너지지 않을 성채였음을


그대는 알고 있나요
잠시나마 흔들렸던

나의 모든 것들 앞에서


그대에게 흔들려왔던

내 자존심의 형체도 부재가 되어
부서져 버린
순간의 잊혀진 기억들을

알팍한 알량한
자괴감까지 허락한
처절하게 무너진
너의 성채에
감히 다가가려고 하였던 마음들을

모든 것들 앞에서
그대에게 진심으로
보여주려고 하였던 것들에
정이라는
한톨의 씨앗이라도 남겨두고
떠나 주길 바랬던 것처럼


지금에라도

늦지 않았음을

그대가 걸어온 길

함께 떠나 온 길

가야 할 길을
애써 붙잡지 붙들지 못한 것들에서


뜨겁던 계절에

날씨 탓에 팔짱도 하지 못한

찬바람 불어오던 계절이 오면

두터운 옷의 감촉이

그대 살결 인양하며
비비대던 시절을

그때가 그대의
마지막 사랑이었다는 것을
그것이 그대와의
마지막 인연이 되어 간다는 것을


그날에 있음 직한 일들 앞에서

그때도 이렇게 비가 내리던 날

‘로드 스튜어트(Rod Stewart)’의 노래

Sailing’이 흘러나오고


차창 밖을
아무런 감정 없이 내다보던
그대와 나였던 것을


차장 밖을 두드리는
강한 소낙비에 묻혀버린 것들에서

서로 마주 바라보며
눈시울 뜨거울 만큼 강렬했던 것들이

빗소리에 리듬 타듯이
내리는 비에 맞추어
우리의 사랑도 따라
리듬 타듯 젖어들었던
사랑의 긴 입 맞춤의 시간들

애수에 젖어버린 것들 앞에서
시듬은 더욱 불타오르고
내리는 빗소리에 하나가 된 것들에

우리의 마음도
금세 하나라는 것들 앞에서

더욱더 처절하게 무너져가고 있었다




2018.8.8 인사동 골목길에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