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도 그러하거늘
나 어릴 적 그러하였고
- 지금도 그러하거늘
시. 갈대의 철학[蒹葭]
내 마음 둘 곳을 잊은채로
이곳을 스쳐 지날 때면
나 어릴 적 마음이 동화되어 지나온 하늘에서
그때의 하늘이 너의 전부가 되었었다
그러나 이제와
사랑을 알게 되고
이별도 알게 되고
눈물도 알게 되어
지금의 내 모습이
하늘을 바라보며 그리워했던 마음이
전부 그러하거늘
그 길 따라 떠나오고 난 후
하늘 아래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올려다본 현실에 도태되어
아직도 네 생각에 간절히 사뭇혀 운다
그럴 때면 어쩌다 하늘 지나는 새들에게
네 안부 소식 전해달라면서 손 흔들고
그 길 지날 때면
길게 목 내민 사슴처럼 물 한 모금 축이며
늘 바라만 보았던 하늘
가끔 네 생각날 때
올려다본 무심한 하늘에
그 날은 햇살도 보이지 않았었지
그래도 괜찮아
하늘이 하는 일이라
그러다가도
잠깐 스쳐 지나는 바람에게 내 전부를 맡겨
또다시 네 안부 물어보는 것이
내 인생에 유일한 낙으로 삼아왔지
그날에 네 오래된 향수가
바람에게서 네 소식을 전하듯
구름 실려 오듯 날려온 거야
마치 네 마음 대신 전해 달라는 것처럼
언제였던가 그날이
너와 내가 느티나무 아래 누워
덧없는 마음에
한없이 하늘을 바라볼 때였었지
지나는 바람에도 이기지 못하는
햇살에 고양이 잠에 겨운 듯이
우리 또한 스르륵 잠을 이기지 못해
나의 팔베개를 하면서 두 눈 감기 우듯
잠든 사이 너는 바람과 함께 날아가 버렸었다
꿈인지
생시인지를 분간도 못하는 나를
애써 태연한 척 말없이
조용히 떠나는 너는
나의 길을 걸어갔었야만 했던 현실 앞에서
너는 모르기를 바랐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 생각이 없다고 말하고 싶어 하였다지만
그러나 잠든 이 순간만큼은
영원한 시간의 정지 속에서
이 모든 것들이 거꾸로 되돌리며 되살릴 수 있는
늘 평화롭기만을 기도드렸다는 것을
익히 알고 늦은 깨탈음에 후회가
나를 무척이나 슬퍼지게 하였다는 것을
그날은 하늘도 원망스러웠고
미워하기에는 나는 이미
너무 멀리 떠나왔다는 현실이
더욱 더 깊은 시름에 고뇌이게 만들어간다
2018.12.19 성탄을 축하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