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과법칙
치악산 부곡지구 가는 길
- 인과법칙
詩. 갈대의 철학
잠이 들고 말았다.
그저 내 한 몸 빈껍데기 싣고
덜컹거리는 2-3번 시내버스는
횡성 강림 부곡으로 간다.
굽이 굽이도는 시골길 벗 삼아
내 의지에 상관없이 잠이 들고
때로는 꿈속인 듯 한바탕 공중으로 붕떴다
가라앉았다.
게슴츠레 실눈을 뜨다만 광경은
버스의 맨 뒷좌석의 바깥 경치도 좋지만
시골길의 덜컹거림은 알아줘야 한다
치악산 가는 시내버스로
약 두 시간 남짓 걸린 시간에
종착지에 내려 이십 분을 걸어오면
부곡지구 탐방로 입구에 도착한다
이곳 입구로부터 낙엽송과 낙엽들의 향연들이 그득하다
태초에 신비를 간직한 곳
그저 내 몸 한 덩어리와 딸랑거리는 방울과
계곡의 물 내려오는 소리
그리고 가끔 풀벌레 우는 소리가 전부이다
곳곳에 널려있는 산딸기와
그것을 따먹으면서 가는 재미가 제법 솔솔 하다
자연은 스스로 파괴된 자연과
그들 스스로 상처를 보호해주고
아끼며 복구되고 회복된다
그러나 인간이 파멸하고 자멸시킨 자연은
스스로의 진화가 안되어 복구가 불가능하다
땀이 나서 시원한 계곡에 발 담가 머리 감고
온몸이 저려올 정도로 차가운 물이
이내 몽롱한 정신과 기운을 북돋워준다
자연의 소리는 꾸밈과 가식이 없다
인간이 아무리 발버둥 치며 자연과 동화된다고 할지라도
그들 세계에서는 가능할질 모르나
자연의 인과 법칙에서는 통하지가 않는다
계곡의 물소리
새 지저귀는 소리들
풀벌레 우는 소리가 한 하모니 되어 울린다
소나기가 오려는지 금세 하늘은 어둡고
바람은 불어오는데
내 마음 젖시는 비는 내리지는 않는다
2016.6.14
치악산 부곡지구 종주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