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락(籠絡)
가을의 반란
- 농락 (籠絡)
시. 갈대의 철학[蒹葭]
구름아
네 하얀 마음을 들춰내는
이 가을바람에 농락 당하는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지 말아 다오
여태껏 살아온 네 인생에
그 속에 오랫동안 숨어 지낸
마음 하나만을 보여주었을 뿐인데 말이다
감춰진 너의 두터운 마음은
깊어가는 가을 찬 바람 불어오고
이 가을 다 지나가 버린 마음이라도
서둘러 겨울맞이 준비에
허둥대는 모습도 보이 지를 않으니
네 모습이 유일하게 하늘을 닮아
너 만이 가히 하늘을 가릴 수 있는
천상의 얼굴을 지녔으니 말이다
내가 너를 바라보며 몰래 지녔던 마음과
네가 나를 바라볼 때의 들켰던 마음을
오히려 들키고 싶지 않은
나의 욕심의 부재로 알아다오
철 따라 피고 지며 떠나가는
꽃들의 향연속에
묻혀서 사는 것도 아니랍니다
어쩌면 너의 농락에
눈길 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히 다가서는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봄이면 봄꽃들의 낙화에 눈 돌릴세라
여름이면 솜사탕 같은 구름을 어찌 멀리할까
가을이라 불어오는 가을바람 앞에
또다시 깊어가는
가을의 반란이 시작되니 말이다
꽁꽁 얼어붙은 겨울 마다해도
내 마음이 꽁꽁 얼어붙어
네 심히 반기어 안기어 오더라도
너를 향한 내 마음이
지금의 네 마음을 가둘 수 없는 것이
이 가을바람과 함께 찾아오는
이 가을의 반란이 시작되는 적기이니 말이다
이 가을비 내리는 저녁에
달 없는 그믐 밤을 달래어 지새운 것도
천지신명께 내 사죄를 고하고
더 그리워해야 하는 이유를
너를 떠나보내는 마음에서
이 가을의 반란에서 찾게 하니 말이다
나의 삶에 네게 다가갈 수 있고
부드럽고 너그러운 인심에
내 대신 살아갈 수 있는 살가운 마음은
이 가을에
애써 눈물짓지도 노력하지도 않게 만들며
마지못해 가을바람 핑계로
네 모습 보여주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날들이 있어
지금도 이렇게 사랑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 말이다
아~ 깊어가는 이 고독한 가을
차마 네 언저리 눈가에 눈물샘이 어리어도
나는 네게서 마지막이 될지 모를
떨어지는 낙엽이 만추가 되어가는
이 가을의 늑장을 탓하지도 않을 것이며
지나온 과거에 묵혀서
더 이상의 헛된 발걸음도 하지를 않을 것이라네
너의 마음이 보일락 말락 치면
가을바람의 심술도
네 곁에서 농락을 치듯이 할 테니
나를 농락하는 것 만으로도 부족해
못다 채운 네 마음을
구름 속 꼭곡 숨겨둔
네 비밀의 화원을
더 이상의 농락도 하지 않을 것이며
가을바람의 도움으로
네 성채의 진터도
더 이상의 공략도 하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내 모습은 비단
신의 섭리 앞에서도 나서지 못할
초라한 마음을 두었지만
자연의 순리를 스스로 거스를 수 있는 너는
따르지 못할 운명에 처할지라도
네 모습은 늘 변함이 없다 하는 것이
내 아린 마음을
네게서 일찌감치 들켜버렸기 때문이었다
내게 한 줄기
쓸모없는 빛이라도 남겨주려무나
그럼 나는 깊어가는 이 가을들녘에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더 이상의 네게서
농락을 할 수 없도록 멈추게 할 것이요
떨어지며 수북히 쌓여가는
낙엽의 수 만큼의
사랑도 하지를 않을 것이요
가을바람 따라 불어 떠나는
사랑도 하지를 않을 것이며
내 곁에 서서
홀로서기의 아픔을 위로하고
기다리고 있을
한 줄기 빛의 마음도
떠나보내지 않을 것이랍니다
그러면 나 또한
너를 반기기를 어여삐 귀히 여겨
찬 바람 불어오기 전에
내 너를 친히 마중 나가
그동안에 따라 나서지도 못한
못난 마음들을
못된 마음들을
헤어나지 못한 마음들을
뒤로 남겨둔 채로
너의 오래된 마음과 함께한 벗들에게
지켜달라 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리고 간직할 수 있는 마음 또한
따라 나서지도 않으리
행여 또다시
그 누군가의 반란으로 인해
네 오래된 마음도
꿈틀꿈틀 다시 되살아나면
나는 너로 하여금
너를 치유할 수 있는 곳으로
지킬 수 있는
바람의 나라로 떠나려 한다
2108.10.21 가을의 반란 둔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