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뿌리(根)
권좌(權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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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갈대의 철학[蒹葭]
올라설 때는
천지가 요동치듯
잔칫날에
시장통이었다지
아무리 야단법석
시끌벅적 떠들어도
귀에 들어오는 건
깡똥 차기 소리만
요란스럽게 들릴 뿐이었다지
둘러 메이는 소리에
점점 쌓여가는 것이
동네방네
엿장수 가위질 소리만 산란할 뿐
소문난 잔치만
무성해져 가고
차곡차곡 빼곡히 쌓여가는
바람 한 점 날리지 않는 날에
하늘에 바다에 인연의 닻줄에
네 연줄만 날려 보냈다지
내려올 때는
천하를 움켜지고 웃겨주는
카멜레온처럼 변해가는
광대의 일생이 되어갔다지
아침 참새 재잘거림에
두 눈 뜨이고
새벽닭 울음소리에
두 귀가 활짝 열리나 싶더니
새벽을 기다려 와도
그 님의 울음소리만
들리지 않았었다지
일찌감치
네 뒷동산에 동이 떠오르고
서산에 해 넘어 쓰러져갈 때
땅거미 지는
어둠이 밀려올라 치면
달 밝은 밤을
그리워해
건너자고 약속 헀었다지
흐릿한 달그림자에
님 그림자 밟고 지나는 마음을
저녁 무렵 쯤
내 어깨 위에 내린
달이 으스러지고
부셔져 넘어갈 때
어슴프레 들리다 마는
풀벌레 울음 소리만 가득 했었다지
님 인양 배웅하려 마중 나올 줄
대문 앞을 서성이다
머뭇거린 네 마음이었다지
저편에 지나는
검은 인기척에 놀라서 보니
네 마음도 어느새
고양이 발걸음에 놀라
소스라치며 자지러져 가는
파리의 목숨도 아닌
하루살이 인생만도 못하는
반나절 인생처럼 되어 갔었다지
그래서 네 마음을
내마음에 가까이 둘 수 없는
뿌리와 같은 심경을 두는
아스라이 멀어져 가는
기찻길 위에 놓인
선로와 걑은 마음 이었다지
2018.10.20 행구 수변공원 산책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