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에 단풍이 내려오면

- 나는 아직도 나의 사랑을 기다릴 테요

by 갈대의 철학


치악에 단풍이 내려오면

- 나는 아직도 나의 사랑을 기다릴 테요


시. 갈대의 철학[蒹葭]



치악산 굽이굽이
성남 돌아치면

참새의 지저귐도 숨 죽이며

신들의 내린 굿에

성황림(城隍林) 아침 고요 서막은

천년의 숲에 울어 젖힌다

서리 맞은 네 둘레길 에워싸고

천년을 지켜온 발자취에 또 둘러싸이니

치악의 구름에
네 하얀 머리 띠 에워싼 안개는

이미 내 모습을 닮아간지 오래되어

무심한 백발의 고뇌만을 되뇌게 한다


치악에 단풍이 내려오고

나는 나의 사랑을 기다릴 준비를 하려오


나의 마음이 이미 그대 안에 있거늘
그대여 나의 사랑이 그대에게 있어

단풍에 붉은 마음보다 비할 데는 못되어도

그러니 단풍을 향한
잠시의 여정길에 오른 내 마음이
순간의 동요가 머물 수 있게

나의 마음만은 되돌리지 말아 주오


치악산 허리에 메인 계곡의 안개도

어쩌면 치악의 단풍에
내 마음의 현혹들를
자연스레 거스릴 수 있고
지킬 수 없이 일으킨다는 것이
내가 그대를 처음 보았을 때
다가왔다는 현실처럼


이곳을 올라와 보고서는

적악의 눈에서
단풍을 그리 멀리할 수도
뗄 수도 한 눈을 팔 수도 없었소이다


치악 단풍의 사랑이 이리 넓고

치악 단풍의 마음도 이리 깊어 헤아릴진대

치악의 단풍이 새색시 연지곤지 발라주던

옛 수줍던 마음은 이미 처녀 때 마음이었소


그러한 마음도 잠시 이거늘

잠시 적악의 깊은 매료에 매혹된 마음도

순간을 지탱할 수 없는 마음이 있는 까딝이오


영원히 머물 수 없었던 마음도
순간의 마음에서 비롯되었으니

치악 적악이 잠시 내 마음에 다가선 것도

붉은 한우 꽃등심 보담도 붉기 때문이오


내님의 사랑에 대한 순간의 마음도

내 심장의 뜨거움의 열기 보담도 붉었으니

선홍 빛에 물든 상원사 깊은 자락에
비치는 계곡의 햇살 아래 드리친

네 뜨겁던 마음 보담도 붉어가고


치악에 혈기를 뿜어낸

네 눈동자에 붉게 물든
황소의 알데바란 별 보다 붉고 빛났으며
떠오른 태양 보담도 더 뜨거움은


적악의 단풍이
나의 심장에 펌프질을 요동치고

나의 핏빛 내음보다
더 살가워져 가는 것이
이곳이 나의 사랑이요 보금자리 이기 때문이라오


치악에 단풍이 드리우고

나는 나의 사랑을 목놓아 메아리치듯

치악의 붉은 자락에 빼앗겼지만

그래도 아직은 내 사랑을 기다릴 테요


치악에 단풍이 내려오고

깊어가는 가을에
네 안에 단풍도 점점 물들어 가면

나의 마음도 단풍처럼 물들어

나의 사랑도 이제야
겨울맞이 할 채비를 서두를 거외다

이른 새벽 여치야
네 갈길을 잃었는지 가까이 다가가 보아도
아침이슬에 젖어 날 수가 없는 너는
단풍보다도 우아하고
조릿대가 바람에 나부끼는
청아함 보다도 고즈넉하며 멋스러우니
이리 청승을 떨지 않을 수가 없었구나

가히 단풍이 치악 상원사에서 내려온들
너의 곧게 곧은 절개에
다가서지 못함을 두었으니

비단,
사시사철 변함없는
군자의 위용 앞에서도
꿋꿋하게 변함없다 하는
네 굳은 마음이
오히려 깊어가는
이 가을을 더욱 슬퍼지게 한다

햇살이 깊은 계곡 산 자락에
네 잃어버린 고향 찾아 떠나 나서고
젖어버린 양 날개의 퍼드덕임에
떠난 님 돌아오지 못할
피치 못할 사연을 둔들


네 있는 이곳에 단풍이 물들어야

너의 마음도 나의 마음과 같이

사랑을 위한 노래도
부를 수가 있지 않나 싶더구나



단풍의 여정(旅程)
- 여치의 가을

시. 갈대의 철학[蒹葭]



여름 가고
쓸쓸히 홀로 남아 기다리는
고독한 이 산야에
나를 반길기세도 아닐진대

네 날개를 접고
간간히 작은 햇살 비추우며
네 양 날개 짓은 언제 펼쳐 보이려고
지나는 이도 드문지라
네 마지막 몸짓으로
익히 저물어 가는 가을 햇살에
네 몸에 일부를 태워 울부짖어야 하였는가

쓸쓸히 떠나는
어느 나그네의 발자국 소리가 반갑고
네 마음을 알아주고파
못내 떠나는 아쉬움을
뒤로 남겨두어야 했었는지

무엇 때문에
이곳에 머물렀었 왔었나
상원 깊은 계곡 한 자락에선
네 구슬피 우는 아양과 교태마저
이곳에서는 네 울부짖음들
아니 설곳이 어디 있으며
어딜 날아갈 곳도 두지 못할 곳이 없을진대

가거라 가을아
가거라 여치야
단풍의 여정길에
여치의 가을이 머무는 곳으로 말이다

여름 떠나온 지가 얼마인데
네 단짝은 어딜 가고
피를 토해내는
네 나래의 목청도
단풍의 붉은 마음을 어찌 헤아리오

흘러내려온 물줄기에
네 여름 지나 우는 소리가
깊어가는 이 가을에
여정의 심곡을
울려 들려줘야 하는가 말이다


치악산 상원사 계곡
꿩의전설 치악산 상원사 전경
남대봉 세존존재불상
치바마위에서의 치악산 비로봉 전경
곧은재 정상 아래 단풍
세뿔투구꽃
치악평전에서

2018.10.14 치악산 하프 종주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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