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스케치

- 그대 내 마음을 마음대로 그리지 말아요

by 갈대의 철학
연대 매지호수에서


내 마음의 스케치
- 그대 내 마음을 마음대로 그리지 말아요


시. 갈대의 철학[蒹葭]



그대

떨어지며 날리는 낙엽이

어느새
내 머리 위에도

가을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떠나보내는 가을을 담은
내 마음에도

머리에 내려앉은 가을 낙엽에

우리의 사랑이 퇴색되어갈까 봐

염려가 되어갑니다


가을 밤하늘

어느 작은 별 하나에

내 마음 빼앗기고

뒤돌아서 갈 때는 나도 모르게

여명에 저물어 사라져 가는

어느 시인의 가을밤을 달래 본 즉 합니다


하나둘씩 쌓여가는 낙엽만큼

점점 늘어나는 하얀 설원 위를

그대와 뒹굴던 그때가 그리울 때면


세월이 야속하다 여길 만큼

그렇게 모질게도 가을바람에 떠났던

흰 눈 맞이하는 겨울을
그토록 애타게 찾아 헤매었으니 말입니다


그대

지금 어디서 무얼 하오

눈꽃이 피고 쌓여가는 내 머리를

정성스레 머리를 털어주던

흰 눈이 내리던 어느 겨울날에


그때가 아마도 내생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낭만의 시작이 되었답니다


모두들 시샘이라도 하듯이

앞다투어 생색을 내느라

가을바람 앞에 재롱을 피워대고

찬바람 불어오는

해 질 녘 가을바람을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은행나무, 단풍나무, 화살나무, 가죽나무, 벚나무

그리고 그대와 한없이 오래 걸었던

메타세쿼이어 가로수 그 거리를

한없이 말없이 거닐 때처럼

회자된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들과 함께 거닐노라면

오래도록 색이 바래지 않을 것 같아

변하지 않던 마음이

오랜 그대 마음에

내 마음의 스케치를 그려 줄 것 같았습니다

단풍이 와도 쓰러지지 않을

플라타너스와 맞설 기세도 아니지만

가만히 보면

나는 끝없는 사랑을 닮아가는

메타세콰이어 나무처럼

그대는 오랫동안 변하지 않을

플라 타너 스였었습니다


겹겹이 쌓여가는 낙엽 수만큼

우리의 사랑도 쌓여가길 바라면서


낙엽 떨어지고 사랑도 떨어질까

우리들 사랑에 깊어가는 이 가을을 위해

함께 둘만의 노래를 불러보아요


마음도 하나

낙엽도 하나
그리고
사랑도 하나


그리움은
저 멀리 낙엽에 묻혀버리고

기다림은
저 높이 하늘에 잊혀보아요


그대 내게

좋은 것만 기억해주오

떠나간 사랑을
기다린 사랑을
애써 외면해도 괜찮다는 것을요


2018.10.27 연대 매지호수에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