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모기-모기의 입이 삐뚤어졌다

- 천적(天敵)

by 갈대의 철학

노인과 모기-모기의 입이 삐뚤어졌다

- 천적(天敵)


시. 갈대의 철학[蒹葭]




한 마리 모기 날아와

수많은 인파 속에

전철 안을 종횡무진 날아다니고

드디어 천장에 붙었다


옆에 서 있는 한 노인네
키가 얼핏보면 비슷해 보이는데

귀에 이어폰 꽂고 있는 나를 보며

말 대신 손짓 머리 짓에

나의 눈은 천정에 고정되어있는

모기 하나를 발견하였다


한 노인네의 제스처는 나를 보고

모기를 때려잡으라고
손짓으로 손바닥을 활짝 펴고

때리라는 시늉을 건네준다


나는 한 노인네가 무척 인상 깊었고

재미있어 농담으로 받아들여

그 길고 짪은 시간에 모기의 출현은
우리들의 미묘한 감정을 알아채었는지

홀연히 어디론가 사라져 갔다


다음 정거장 도착할 때쯤
모기는 보이 지를 안다가

내리기 전에 모기가 다시 나타났다


또다시 한 노인네는
내게 똑같은 반응을 보이고

이어폰을 벗어버린 나는 회답을 해주었다


말 대신 웃음을 건네준

나의 의미를 무색했는지
그 다음의 행동으로 대신해 하였다


다음

모기는 또다시 어디론가 훌쩍 날아갔다

수많은 인파 속에

한 노인네와 한 모기와의
지루한 싸움과 결투가 끝장이 났다


오랜 세월 속에 묻어난

나와의 손바닥과 반대인

주름살에 깊은 계곡이 움푹 파이고


손바닥 맞짱을 때려도

소리가 요란하지 않을 것 같은
풍선에 바람이 실없이 빠져나가듯
그렇게 그 한 노인네
오랜 삶의 버팀목이 되어 온 것처럼


드디어 많은 인파 속에

기차의 덜커덩 소리와

전철의 안내 방송과 함께 묻혀 지면서


손바닥의 계곡 속으로
숨어버릴 것 같은 모기가

찬바람에 작은 힘에 기대기도 어려운지
길 잃은 작은 모기는

내 옆머리 바로 위에 붙어있었다

둔탁한 손바닥의 울림과 함께

처절하게 짓이겨져 형체도 없이

한 노인네의 손바닥을 펼쳐 보인 순간

손바닥 안에는
그냥 평소의 손에 새까맣게 묻어난

먼지 자국처럼 얼룩져 있었다


찬기운에 모기의 입도 삐뚤어져가는
힘없는 날개짓에 못다 날은 생은
그렇게 삶을 마감하고
모기의 벽에는 아무런 흔적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 누군가의 피를 맛본 흔적도 없는 것처럼

그 자리는 아무일 없듯이
깨끗하고 고요한 적막감 만이 감돌았다


그렇게 한 생에 삶의 비운이 되어가는 마감은
쉬이 바람보다 못한 존재로 떠났다

그리고 착한 한 노인네는 만족스러운 나머지

웃음꽃을 피우고

내가 무슨 말을 한마디 건네기를 진정 바랬는지

드디어 나는 한 마디 건네주었다



웃으면서

저는 원래 살생을 하지 못해요

비롯 미생물 일지라도요

시내에 가 보시면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잖아요


태어나는 것에는

저마다 다 이유가 있듯이
살아가고 저무는 데에도 다 이유가 있듯이요


인간이 사는 도시에
개미들이 안 보이는 것도

다 이유가 있겠지만요


인간이 생태계를 교란시켜

먹이사슬을 끊어버리고

그래서 인간이 모든 것의 천적이
되어 살아가야 하는
운명과 함께 떠나 갈 수 밖에 없으니까요


2018.11.1 조계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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