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대가 나부끼는 곳으로
바람이 닿는 곳으로
- 갈대가 나부끼는 곳으로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바람이 부는 곳으로 떠나고 싶어라
바람의 여정 따라 갈곳 멀다 하여도
이 봄바람이 머무는 곳으로 떠나고 싶어라
행여 봄바람이 아닐지라도
찬바람에 서리까지 몰고 오는 바람만 아니어도 좋네라
그래서 난 네 곁에서 불어오는
아무 바람이 아닌
그냥 떠밀려 내려와 준 바람이면 더 바랄 게 없어라
지금의 나는 하얀 들판의 숲을 지나
소나기재에서 지나는 어느 행차에서
안개인지
눈꽃인지
서리인지
네 눈물인지를
포도넝퀴가 익어가는
어느 마을 숲을 멀리 내다보고 있다
그곳 하늘을 등진 채 바람결 따라 흘러든
내 고운님의 목소리를 흘러 떠나보내는
갈대가 되리라
2018.12.24 둔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