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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an 14. 2019

어느 이의 하늘엔

- 어느 이의 하늘에 뜻을 품고 명을 다했다

어느 이의 하늘엔

- 어느 이의 하늘에 뜻을 품고 명을 다했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한 해를 싣고 떠나와

어느덧 골육지정(骨肉之情)에 패인 사뭇힌 마음

그토록 애절했던가
그토록 애잔해야만 하였던가

처절하게 몸부림치던 내 삶이여

지나온 세월을 탓하지 마라

꽃몽우리 피고 지는 마음을

새처럼 날고 싶을 때 날지 못하고

땅거미 지는 잿빛 하늘만 올려다본 시절

노고지리 울던 때가 엊그제였는데 
겨울 가면 언제 다시 오려나
봄이 오는 길목에 서서
너를 대신해 기다리는 마음 일 줄이야

잊혀간 기다림 속에

스쳐가는 그리움이여

어느새 하늘의 명을 받아 뜻을 거두고

살아온 내 인생에 돌을 던질까

그동안 못 만났던 만남이

우리를 여기까지 불러 모았네

사랑한다는 말을 지나

떠나야만 하였던 날들이 많았던 시절에

잠시라도 그대 곁에 머물 기세라면

내 마음은 변할 길 없네

무슨 큰 벼슬도 아닐진대

왜 이리도 서글피 서러워라

초가삼간(草家三間) 불태운 어린 추억에

제비집 털며 지내던

지지배배 울며 떠나간

내 낙심이 되었던 철없던 마음이여

하루를 버림으로써 한 해가 넘나드니
일년을 잃어버림으로써 십년을 탄다

어이어이
꺼이꺼이
울지 말거라 태(胎動)

네 뱃속도 어쩌면

모질던 태양 아래 지글지글 익어가는

살아가야만 하는 개 뼈다귀의 손재를 알랴마는

그래도 이 세상이 둥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내게는 없다

단지 너의 움직임이 일었을 때

나의 마음은 네 것이 아니었기에

이렇게 처절하게 몸부림치며
남들 울 때 울지 못하는 사연이야
오죽해겠냐 하는 심정을 달래본즉 하니
지금의 어느 이의 하늘엔

어느 이의 하늘에 뜻을 품고

석양이 저무는 하늘을 바라보는
멀찌감치 나의 한 해는
이미 저물어 명을 다했노라고
너는 해를 품을 수 없으니
하늘의 명을 거둔 것이다
너는 달을 품었으니
하늘의 운명을 거스를 수가 없었다


2019.1.13  둔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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