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자라기 위한 작은 기록들
게리 켈러, 제이 파파산의 <원씽>이 내게 남긴 핵심 메시지는 이것이었다.
"집중할 단 한 가지에, 하루 4시간을 온전히 몰입하라."
단 한 분야에만 집중하라는 것은 우선순위를 매겨야 효율적이라는 메시지로 이해했는데,
잠깐만,
하루에 4시간이라니,
어떻게 4시간이나 오롯이 혼자서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 수 있을까?
4시간이나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시공간이라는 것이 대단히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그 당시 나는 모유수유를 하고 있었다. 4시간은 아기에게는 하루와 같은 시간이었다. 먹고, 놀고, 자고의 한 사이클이 모두 진행되는 시간인 것이다. 아기에게는 하루와도 같은 시간을 집중하는 한 분야에 몰입한다면 밀도 높은 경험을 쌓아 전문가가 되겠구나 싶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뭘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현재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했다. 우선 아기 낳기 전의 몸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리고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고, 작가가 되고 싶은 생각이 차례로 떠올랐다. 역시, 욕심이 많다. 한 분야에 집중하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여전히 그러지 못한다.
한편으로는 그런 내 상황이 자연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그러다 보면 나만의 한 분야도 차츰 찾아지지 않을까. 그래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100일 플랭크 챌린지였다. 플랭크를 한 채로 1분 버티는 것이 목표였다.
매일 1분이라도 해보자.
학생이 방학을 기다리며 달력에 'X'자 표시를 매일 채워가듯이, 나도 색칠해 갔다. 'X'자로 표시하기엔 그날의 노력이 부정되는 기분이라 형광펜으로 색칠을 했다. 나를 위한 1분의 노력으로 하루를 채웠다는 느낌으로 말이다.
시간은 조금씩 늘어났다. 이건 전체적인 추세를 말하는 것이다. 하기 싫은 날은 다시 1분만이라도 했다. 0'만 만들지 말자는 마음으로 달력을 칠해갔다. 어느덧 4분을 버틸 수 있는 힘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100일이 되었을 때,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만두었다.
플랭크 루틴이 조금씩 자리를 잡았을 때, 마음속에 '하나 더'를 향한 용기가 생겼다. 다음 목표는 매일 글쓰기. 블로그에 하루 한 편, 무엇이든 써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글쓰기가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다. 써야 할 말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고 어떤 것을 주제로 써야 할지도 감이 안 왔다. <굿바이 게으름-문요한 지음>이라는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오늘 새롭게 생각한 점, 오늘 감사한 점, 오늘 스스로 선택한 점'을 생각해 보라고 알려주어서 그것을 글감으로 하기로 했다.
플랭크 100일 챌린지를 해도 산후에 벌어진 복직근은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고, 100일 글쓰기의 독자는 우리 남편과 광고성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이웃분들 뿐이었다. 정확히는 블로그 이웃분들은 읽지 않고 댓글만 남기는 경우도 있었고, 남편조차 읽기 귀찮아하는 날이 많았기 때문에 독자는 아무도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것은 나만의 근태 기록을 세우는 일이었다. 학교에서 개근상을 주는 이유는 성실한 태도에 대한 인정을 내려주기 위해서이다. 직장에서도 근태는 가장 기본적이다. 지각이나 결석이 빈번한 사람은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나의 의지에 대한 신뢰를 위해서 매일 출근 도장을 찍는 기분으로 간단하고 별거 아닌 하루의 시간들을 만들어갔다.
글쓰기 챌린지를 할 때 '발아일기'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블로그의 메뉴 구분을 위함도 있었지만 이때의 기록이 나중에 다시 되돌아볼 일이 있을 것 같은 이끌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발아일기', 스스로를 싹 틔우고 싶었던 것이다.
그때의 '발아일기'는 연약하지만 분명한 출발이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그 한 장 한 장이 바로 나를 다시 틔워 올린 씨앗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