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 내게 알려준 시간의 밀도
3년 전, 부부 모임을 했던 지인 부부와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그들은 3년 전과 그대로인 것 같았다.
말투도, 분위기도, 서로를 대하는 모습도.
우리 부부는 둘 다 그들이 어리다고 느꼈다.
세월은 우리 부부에게만 휘몰아친 것 같았다.
우리 부부는 우리만 한 5년 지난 것 같은 느낌이라는 데 공감했다.
왜 같았던 시간이 이렇게 다르게 흘렀을까?
그 부부가 여전히 둘로 지내는 동안 우리는 두 아이를 낳고 키웠다.
주변에서 “요즘 같은 세상에 둘이나 어떻게 키우냐”라고 걱정을 한다.
실제로 그만큼 밀도 높은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는 나와 모든 것이 다르다.
자는 시간도, 먹는 속도도, 좋아하는 색깔도, 기분의 방향도.
나와 너무 다른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
그 '다름'과 매일 부딪히며 나는 ‘이해하려는 태도’를 훈련받았다.
모르긴 해도 그 부부도 아내와 남편의 서로 다른 라이프스타일이 한 공간에서 만나면 충돌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부부는 3년 동안 그와 비할 바가 안 되는 충돌을 경험하였다.
성숙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닦였다'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말로만 듣던 ‘다름의 수용’이 아니라, 몸으로 익히는 것이다.
내 방식이 언제나 옳지 않다는 것을 매일 깨닫게 되는 삶.
육아는 분명 고되고 지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자라나는 아이를 보며 나 역시 조금씩 자라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가끔은, 이 삶이 연수 프로그램 같다.
한 공간에 서로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훈련소.
때론 그 안에서 지치고, 다투고, 의심하지만 결국은 전보다 성숙해진 나를 발견하게 되는 과정.
예전에, 직장에서 많은 성과를 이룬 상사에게 인생에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여쭤본 적 있다.
그분은 '두 아이를 낳고 키운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때는 그 말씀이 와닿지가 않았는데 이제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단순히 육아 이상의 일이다.
두 사람이 새로운 우주를 창조하는 일.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하루 속에서도,
내면의 성장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오늘도 나는 자라난다.
아이와 함께, 나도 매일 조금씩 더 괜찮은 어른이 되어간다.
그리고 그 모든 성장의 여정을 가능하게 해 준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