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덕분에 다시 느끼게 된 계절들
장마가 끝나고 해가 쨍쨍 내리쬐는 여름날 아침.
요가 수업을 시작하기 전, 간단한 차담 시간에 선생님이 물으셨다.
"날씨를 타는 편이신가요? 날씨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시나요?"
나는 대답했다.
"그것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을 때 그럴 수 있는 것 같아요."
선생님은 나의 답변에 안타까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셨다.
아이랑 있으면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흘러버린다는 걸 이해하시는 것 같았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지금 나는 날씨를 느낄 여유조차 없이 사는 걸까?
하지만 다시 곰곰이 떠올려보니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 덕분에 모든 날씨를 더 자세히, 더 깊게 느끼며 살고 있었다.
날이 좋으면 좋은 대로, 놀이터에서 함께 놀고
비가 오면 비 오는 대로, 우비 입고 장화 신은 채 웅덩이를 첨벙이며 즐거워하는 것을 보며 내 안의 어린 시절 감각이 다시 깨어났다.
비가 귀찮은 게 아니라 신나는 것,
흙먼지 묻는 게 불쾌한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
더우면 더운 대로 땀이 나도 뛰는 것,
그 모든 사소한 것들이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 속에서 다시 내 안에 들어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날씨에 따라 기분이 휘청이는 존재가 아니라 날씨와 함께 머무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작은 새처럼 날아드는 감정들
우울, 피로, 분노, 공허, 짜증 같은 것들이 찾아와도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도록 내 마음의 나무 가지를 내어주는 사람.
아이의 기분이 변할 때도, 그걸 다 받아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오늘도 나의 기상예보는 정확하지 않다.
맑다가 흐리다가, 가끔은 폭풍처럼 몰아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감정의 날씨를 조금씩 예측하고,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
비를 피하기보다는, 우산을 챙기는 것처럼.
내 감정의 언어를 알아차리고 나서야, 비로소 타인의 감정도 들리기 시작했다.
이제 나는 감정을 억누르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통해 연결을 시도하는 사람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