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100일의 현실은 이렇습니다
복직 100일.
출근 첫날의 설렘과 긴장은 희미해졌고,
이제 나는 회사와 집이라는 두 무대를 매일 오가는
더블캐스팅 배우가 되었다.
첫 달은 신났다.
출근길 차 안에서 라디오나 오디오북을 들으며 맞이한 아침은 황홀했다.
일에 대한 감각이 아스라했기에 업무 인수인계를 해주는 동료의 단순한 설명에도 전문적인 향기를 느꼈다.
그 향기를 맡으며 '잘할 수 있겠지?' 하는 걱정이 은은하게 밀려왔지만 설렘 속에 묻히곤 했다.
퇴근 후 하원하러 가서 만난 엄마들이 "복직 어때요? 힘들지 않아요?"라고 물으면 주저 없이 "너무 좋아요"라고 말했다.
엄마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이 아침에 먼저 나서는 현관문에서 울 때도 있었지만, 차에 오르면 직장으로 향하는 설렘이 더 컸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자, 설렘은 익숙함이 되었다.
퇴근길에 마주친 직장 동료의 "퇴근하세요?"라는 질문에 "다시 출근합니다."라고 답하곤 했다.
퇴근 후 '두 번째 업무'를 하러 곧장 달려가야 하는 투잡러의 삶.
아이를 키우는 일은 실무다.
내가 하지 않으면 누군가 해야 하는 일.
아침 등원 준비보다 하원이 덜 힘들긴 하지만 놀이터에서 놀기, 집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 데리고 들어가기, 둘이 싸우지 않도록 잘 보면서 저녁 차리기, 목욕시키기, 책 읽어주기, 재우기(와 같이 잠들기)...
아침에 비해 시간 제약은 적어도 할 일은 여전히 많았다.
그럼에도 복직은 좋다.
일이 많아질수록 시간을 더 밀도 있게 쓰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는 '엄마'가 아닌, 나 자신의 효용 가치가 빛난다.
내 말로 회의 분위기가 바뀌고, 일이 진행되는 것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고, 마주하는 사람들과 에너지를 공유하다 보면 새로운 힘이 생긴다.
그 힘을 챙겨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아이에게 더 웃는 얼굴을 줄 수 있다.
물론 완벽한 균형은 없다.
일이 늦어져서 아이 하원에 늦기도 하고, 어린이집에서 전화라도 오면 업무에 집중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100일 동안 확실히 알게 된 건 하나다.
다 하려고 하지 말 것
회사와 집, 두 무대를 매일 오가는 배우에게는, 무대 사이의 숨 고르기가 꼭 필요하다.
이 바쁜 와중에도 나 자신을 돌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더욱 실감하는 요즘이다.
다 잘 하려고 하지 말고, 어디에서 힘을 뺄 것인가를 생각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