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처럼 볼일을 마치고 오전장을 살피는 늘보나무. 자신의 잔고는 파란불 잔치가 펼쳐져 있다.
"아... 재미없다. 오늘 장 분위기 왜 이래..."
띠링~친한 지인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야, 드디어 OOO이 날아오른다!"
"너 OOO 보유 중이었어? 축하축하"
"어제 올라서 팔까 하다가 말았는데, 오늘 또 오르네 ㅋㅋㅋ"
"ㅋㅋ판단 잘했네!"
"그러게~ 이런 날이 오다니!"
일론 머스크가 또 우주선을 띄우는 건 내 알 바 아니지만, 지인이 수익을 냈다는 소식엔 이상하게 속이 쓰렸다.
급하게 그 종목을 검색해 본다. 예전에 눈여겨봤던 종목이다. 심지어 매수 버튼까지 눌렀다가 취소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날, 바쁜 틈에 차트를 보다가, '아냐, 지금은 좀 애매한가…?' 하고 돌아섰던 그 종목. 그게 오늘, 미친 듯이 오른다. 지인은 신이 났고, 나는 부아가 났다.
그때부터 시작된 자학 타임.
"그때 왜 안 샀지?"
"매수했으면 지금 얼마야...?"
"역시 난 타이밍을 못 잡는 건가…"
하지만 늘보나무는 안다.
주식은 타인의 수익이 내 손실처럼 느껴질 때, 가장 위험하다는 걸. 누군가의 성공을 나의 실패로 착각하기 시작하면 무리수를 두게 된다. 그러니 오늘은 그냥 배 아파하기로 했다. 욕심 내지도, 억지로 따라붙지도 않으면서.
그리고 지인의 수익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이렇게 중얼거린다.
"언젠가는, 나를 보며 속 쓰린 날도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