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붉은 실
갑작스러운 건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느린 것도 아니었어요.
그 감정은 마치… 원래부터 내 안에 있었던 것 같았어요.
곧 다가올 감정이
시작되는 게 아니라,
그저 모습을 드러내는 느낌.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목소리를 듣기도 전에, 얼굴을 보기 전에도,
이유를 알기도 전에…
그 감정은 이미 내 안에 있었어요.
조용히.
완전하게.
살아 있었어요.
그건 설렘이 아니었고,
기대도 아니었어요.
그저… 인식이었어요.
낯선 풍경을 처음 본 것 같은데
왠지 익숙하고,
지도에는 없다고 해도
이미 다녀온 적 있는 것 같은 그런 감각처럼.
나는 알기 전에 느꼈어요.
그리고 그 순간, 모든 게 달라졌어요.
그 이후로는
그와 같은 고요함에서 태어나지 않은 연결은
진짜처럼 느껴지지 않았어요.
아마 그래서 아직도 여기 있는 걸지도 몰라요.
집착이 아니라,
그저 내 영혼이 이유 없이 먼저 알아봤기 때문에.
영혼이 먼저 알아보면…
몸은 자연스레 따라가게 되어 있어요.
그리고 마침내,
마치 나를 위해 쓰인 것처럼 다가온 그 말들.
그제서야 나는 확신했어요.
내가 느꼈던 감정이…
글로도 존재하고 있었다는 걸.
그 순간,
그 실이 당기기 시작했어요.
⟶ Ep. 3: 지우려고 했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