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다리 고양이의 정체성 위기

by Neuldam

나는 두 마리의 수컷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었다.

중성화도 안 된 상태로.

그러니까… 작은 아파트에 자연의 두 에너지가 공존하고 있었던 셈이다.


한 마리는 과잉 에너지의 화신 —

커피가 혈관을 타고 도는 것처럼 쉬지 않고 움직였다.

다른 한 마리는 세 다리로 살아가며

거의 철학자 같은 차분함을 가진 아이였는데,

이상하게도 새벽만 되면 울기 시작했다.

왜냐고? 아무도 모른다. 아마 본인도 모를 거다.


잠을 설친 밤이 쌓이고, 눈치 싸움이 이어진 끝에

나는 드디어 결심했다. 두 아이 모두 중성화하기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문명화된 결정이었다.

…그런데 아무도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그 중 한 아이가 존재의 의미를 잃을 줄은.


활동적인 아이는 수술 다음 날부터

아무 일도 없던 듯 집안을 뛰어다녔다.

형에게 들이받히기도 하면서, 그대로 잘 지냈다.


하지만 세 다리 아이는…

필요 이상을 잃은 듯한 표정이었다.


바닥을 응시하며 가만히 서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옆으로 누워 한숨을 쉬는 모습은

마치 드라마 OST가 배경으로 흐르는 듯했다.


거의 놀지도 않고, 싸우지도 않지만,

조용히 다가와서 품에 안긴다.

존재는 하지만, 예전 같지는 않다.

자존심은 지키면서도, 명확히 흔들리고 있다.


그 눈빛은 말하는 것 같았다.

“예전엔 내가 알파였어. 지금은… 그냥 생존자일 뿐이야.”


그런데도 여전히

가장 먼저 품에 안기는 건 그 아이고,

가장 사진발이 잘 받는 것도… 그 아이다.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냥… 아무 일 없던 척 하기로 한 걸지도.


그리고 나는 오늘도

우리 집의 이 고양이 드라마를 지켜본다.


두 마리의 고양이.

세 개의 다리.

그리고 아카데미에 보내고픈 인생 연기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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