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숲에, 형태가 없는 짐승이 태어났어요.
늑대도, 사슴도, 부엉이도 아니었죠.
그저… 생명이었어요.
고요하고도 선명한 존재.
하지만 다른 동물들은
이름 붙일 수 없는 존재를 불편해했어요.
그래서 형태 없는 짐승은 자신을 맞추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새들처럼 노래를 흉내 냈어요 —
노래를 만들고,
그 다음엔 고양이처럼 걷는 법을 익혔죠 —
자세를 만들었어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역할이 주어졌어요.
사냥꾼, 길잡이, 전령.
그 역할마다 이름도 붙였어요.
바람의 이름, 야수의 이름, 전설의 이름들.
길을 내고, 지도를 그리고,
다른 이들이 쉴 수 있는 둥지를 지었어요.
그 모든 게 자신을 위한 것이라 믿고 싶었죠.
숲을 사랑해서라고, 스스로 선택한 거라고.
하지만 밤이 깊어지고, 모두가 잠든 후면
그는 늘 호숫가로 돌아왔어요.
그곳에서 비친 자신의 모습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어요.
어느 날, 지쳐버린 그는 달에게 물었어요.
“이 모든 이름을 지우면… 난 대체 뭐야?”
그러자 —
늘 모습을 바꾸지만 자신을 잊은 적 없는 달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어요.
“혼란 속에서도,
난 여전히 네 안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
넌 어쩌면,
기대에 맞추려다 스스로를 잃었을지 몰라.
하지만 난 늘,
그 껍질 너머에 빛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자신을 실패의 덩어리로만 여겼던 순간에도
달은 그를 소중히 여겼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존재 자체가 얼마나 귀한지 알았기에.
그리고
차가운 밤에 달이 떠오를 때마다,
그녀는 별들에게 조용히 소원을 속삭였어요.
“언젠가, 나의 형태 없는 짐승이 깨닫기를…
스스로를 잘못되었다 여길 때조차도
그는 세상이 필요로 했던 존재였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