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을 때 처음이라 낯설기도 하고 헤매면서 일을 배웠다. 교대로 오는 남자 아르바이트생이 있었는데 조금 무뚝뚝했던 거로 기억한다.
반듯하게 글씨를 쓰던 사람이었다. 반듯한 글씨만큼이나 예의 바르고 상대방을 배려해 주는 성품을 가진 사람이었다. 교대할 때에도 20분 정도 먼저 와서 대기해주기도 하고, 이것저것 개인적인 일은 묻지 않아 줘서 고마웠다.
처음 하는 일이라 실수할까 긴장을 많이 했고 실수라도 한 날이면 머리가 백지가 되는데 그럴 때마다 천천히 일을 다시 알려주기도 했다. 일을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되어 준 사람이었다.
약지에 반지를 끼고 있어서였을까.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 같아 섣불리 연락처를 주고받을 수 없었고 개인적으로 친해지기가 두려웠다. 일 적으로만 일정거리를 두고 아쉬운 마음을 꼭 꼭 숨기면서 지냈던 것 같다.
어느 날 그가 일이 생겨 교대 시간을 30분 정도 늦을 것 같다고 연락을 했었다. 그날따라 내 컨디션 난조로 힘들었고 이명이 심해서 소리들을 잘 들을 수 없었다. 편의점으로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말소리가 웅웅 울려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컨디션도 안 좋은데 전화조차 받기 힘드니 많이 속상했고 자책감이 많이 들었다.
그러다가 문자가 왔는데 일이 생겨 늦게 교대를 할 것 같다며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전화가 원래 좀 이상했다며 본인도 잘 안 들렸다고 했다.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
사람들은 내가 잘 못 들으면 왜 이렇게 못 듣느냐며 상대방을 몰아세우며 질책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몸이 안 좋은 게 내 잘못이 아닌데 내 잘못으로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에게서 상처를 받고 회의를 느꼈다.
처음으로 일 하게 된 일터에서 짧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지만 아픔을 상처받지 않게 위로와 배려를 해 주는 이를 만난다는 게 참 감사하게 느껴졌다.
컨디션 난조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면서 그와는 감사한 마음만 담아 두고서 짧은 인연이 끝나 아쉬웠다.
상처를 주는 이도 있지만 배려를 해주고 이해를 해주는 이도 있다는 것에 위안이 되고 또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이 되는 것 같다.
바람이 불어온다. 고요했던 마음에 잔잔한 물결이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