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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푸른 Sep 05. 2023

이해를 바랄 때

# 1


서로가 예민해질 때 무심코 건넨 말 한마디가 화살이 되어 상대방의 가슴에 못을 박을 때가 있다.


더운 여름날 집이 답답하여 산책을 하고 싶다던 나의 말에 상대방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이끌었던 백숙집에서 혼잡한 사람들 사이에 끼어 앉아 차례를 기다리며 대화를 나누다 그가 건넨 말 한마디에 우리는 싸우고 만다.


“여직원이라고 하면 안 되지. 여사무원이라고 해야지.”


그다지 중요한 얘기도 아니었고 같이 일하던 직원들에 관한 얘기를 나누다 그렇게 돼버린 상황이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무더운 여름 날씨 때문이었을까

배가 너무 고파서였을까

식당에 사람이 너무 많아 식사가 늦어져서였을까


중요하지도 않은 얘기에 콕 집어 정정해 주던 그 사람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어 늦게 나온 식사를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나와 말다툼을 하고 하루가 엉망이 되었을 때 늘 평온해 보이던 저녁노을도 그날만큼은 날 위로해 주지 못했다.


오랜 시간 함께 하다 보면 말을 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할 때가 있다. 왜 화가 났는지 어느 부분에서 마음이 상했는지 본인도 자기 마음을 잘 모를 때 진정이 되고 정리가 될 때까지 기다려주길 바랄 때가 있다.


아마도 그때였나 보다.


하지만 그 사람은 기다려주지 않았고 답답해하며 이해해주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 대화를 나누어 결국은 화해를 했지만 그 일로 인해 서로의 생각이 많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와 나는 마음의 결이 같은 사람인 줄 알았다.

그와 내가 취향이 비슷하고 같은 생각을 할 때 나에게 맞는 조각인 줄 알았다.

좋은 모습만 보려 하고 내 생각 프레임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는 것을 시간이 흐른 뒤에 알게 되었다.


홀로


언제나 그 자리에

네가 있다


머물던 그 자리에

내가 있다


같은 곳에서 우리는

시간을 나눈다


나만 알고 있다

거기의 너를


너는 모른다

내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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