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작은 모호하다.
그 날, 특별한 사건은 없었다.
문득 한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사람의 하루를 궁금해 한다.
시작은 호기심에 가깝다.
그 호기심이 점점 커지고 또 커져서,
그 사람의 마음과 삶을 탐한다.
그 마음이 사랑으로 바뀌는 순간은
또, 모호하다.
어느새 사랑이라는 흐름 속에,
자신이 있음을 깨닫는다.
사랑을 소유하고 싶어진다.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알고 싶다.
그 사람의 마음을 모두 가지고 싶다.
대화의 빈틈에도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함께 걷는 순간마다 발걸음을 맞추고 싶다.
완벽한 결맞음처럼.
빛의 파동이 그렇듯,
위상이 완벽히 맞는 순간은 이론에 존재한다.
현실에서는 극히 드물다.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감정 속에서,
그 드문 상태를 꿈꾼다.
상대와 자신의 마음과 감정,
삶의 리듬까지 완벽한 일치를 꿈꾼다.
그것이 사랑의 증거라고 믿는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그 간절함은 점점 더 커진다.
그 부대낌 속에서,
서로를 증폭시키기도,
서로의 리듬을 상쇄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상대가 보내는 작은 신호에도 크게 반응한다.
그 반응이 맞아떨어지면,
그 사랑을 운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상대의 변화를 느끼는 순간,
아주 작은 어긋남조차 크게 증폭되어 슬픔이 된다
애써 다시 결을 맞추려 한다.
자신의 말과 행동을 조율해가며,
상대의 반응을 해석하려 애쓴다.
사랑은 흐름이다.
본질적으로 살아 있는 파동이다.
완벽한 결맞음은 영원할 수 없다.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어긋남 앞에서 갈등은 시작된다.
처음에는 작은 불안으로,
그 다음은 더 큰 집착이 된다.
자신도 모르게 사랑의 이름을 빌려,
상대를 소유하려 한다.
그 욕심은 사랑의 본질을 왜곡시킨다.
소유의 사랑은 결국 완벽한 결맞음이라는 허상을 꿈꾼다.
허상이 깨질 때마다 고통과 좌절을 맛본다.
그때 사랑은, 처절한 진동으로 흐른다.
거친 파동을 멈추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왜 이렇게까지 상대를 완벽하게 맞추고 싶은가.
사랑의 깊이를 돌아본다.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발견한다.
완벽한 결맞음은 꿈꾸지 않는다.
서로의 리듬을 인정하고 존재토록 한다.
그 리듬이 스쳐가듯 겹치는 순간의 기쁨을 경험한다.
빛의 중첩 대부분이 부분적 결맞음이듯,
사랑도 부분적 결맞음이다.
완벽을 바라지 않는다.
흐름 속에서 스치는 울림,
그 안의 진동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는 것 .
그것이 사랑을 존재하게 한다.
그래서 사랑이 늘 어렵다.
사랑의 시작은
본능이다.
상대와의 간극을 없애려 하고,
간극의 불안에 고통을 느낀다.
그 고통에서 얻어가는 깨달음,
변화의 필연을 받아들인다.
자신도 변하고, 상대도 변한다.
가끔은 서로의 파동이 중첩된다.
그 겹침의 시간은 짧다.
그래도, 순간의 가치는 줄지 않는다.
오히려 더,
소중해진다.
찰나에 머무르기보다,
찰나가 흘러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가끔은 결의 맞음에 흐뭇해하고,
가끔은 흐트러진 리듬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지킨다.
자유와 존중.
사랑은 서로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리듬을 존중하고,
우연히 울리는 공명을 함께 하는 것.
공명이 진정한 사랑의 깊이를 만든다.
어떤 사랑은 격렬하고 처절하다.
또, 어떤 사랑은 무심한 듯 평온하다.
사랑은 하나가 아니다.
각자의 사랑은 각자의 파동을 가지고 흐른다.
완벽한 결맞음에서의 어긋남에 의한 고통도,
부분적 결맞음에서의 평온한 무심함도,
흘러가는 사랑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사랑을 꿈꾼다.
있는 그대로의 받아들임과 존재하게 하는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