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가는 법, 물러나는 법(1)

1부 라떼의 시선-INFJ고양이 라떼

by 늘람

창가에 앉아 나는 가만히 바라본다.

오후 햇살이 내 털을 간지럽히는 동안,

어떤 존재가 나를 향해 다가오는 순간들을 관찰한다.


그 발소리의 무게감,

시선이 머무는 각도,

머뭇거림의 길이까지,

모든 것이 내 감각 안으로 스며들어온다.


그리고 나는 본능적으로 계산한다.

어떤 거리가 우리에게 가장 편안할지를.


접촉이란 쉽게 허용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

파동은 서로의 간섭에 민감하다.


나는 내 파장을 잃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가가는 법보다는 물러서는 법부터 배웠다.

뒷발로 몸을 밀어내며 적당한 거리를 확보하는 것,

그것이 내가 세상과 만나는 첫 번째 방식이었다.


행복이는 매번 다가온다.

계속해서, 끊임없이, 아무렇지 않게.

그 아이에게는 내 조용한 침묵조차

하나의 초대처럼 느껴지는 모양이다.


"라떼 언니, 안녕?" 하고 부르는 그 목소리에는 기대가 묻어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따뜻한 소란 속에서도 조심스럽게 나만의 경계를 세운다.


나의 세계는 투명하지만, 단단하다.

큰 소리로는 깨지지 않고,

오직 진심 어린 눈빛으로만 살짝 흔들리는 얇은 막.

그 경계를 지키는 일은 온전히 나의 책임이다.


그래서 나는 자주 한 발 물러서고,

가끔은 휘익~ 하고 앞발을 내민다.


사람들은 이것을 거부의 신호로 받아들이지만,

사실 이건 내 나름의 인사다.

"여기까지가 좋아요"라는.


어제도 그랬다.

행복이가 내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을 때,

나는 그 손을 한 번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살짝 뒤로 물러났다.

행복이는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그게 미안해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대화였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묻는다.

"왜 그렇게 예민해요?"

"좀 더 친해지면 안 돼요?"


하지만 그런 질문들은 나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모든 존재에는 각자의 '마음의 농도'가 있다.


마치 물에 탄 잉크처럼,

어떤 이는 진하고 어떤 이는 옅다.

나는 농도가 짙은 편이고,

행복이는 맑고 부드럽게 퍼져나간다.


그 차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지만,

각자의 밀도 속에서 서로를 감지한다.


어떤 이들은 밀도가 다르면 아예 멀어지기를 택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진정한 공존은 서로를 맞춰가는 것이 아니라,

조율해 가는 것이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처럼,

각자의 소리를 내면서도

하나의 화음을 만들어가는 것처럼.


가끔 나는 마음속에서 한 발 앞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행복이의 따뜻한 목소리를 들을 때,

혹은 그 아이가 조용히 내 옆에 앉아 있을 때.

내 안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린다.


하지만 그 마음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 안의 감정은 무겁고,

그것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상당히 크다.


그래서 내가 먼저 다가가는 순간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며칠을 망설이고,

관찰하고,

계산한 끝에 이루어지는 소중한 순간이다.


지난주 행복이가 아파서 소파에 누워 있을 때,

나는 처음으로 그 아이 옆에 가서 몸을 웅크렸다.

그때 느꼈던 행복이의 놀라면서도 기뻐하는 마음이

아직도 내 기억 속에 따뜻하게 남아 있다.


오늘도 나는 계단을 올라가 행복이를 바라본다.

그 아이는 또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어제보다는 조금 더 신중하게.

나는 평소처럼 조금 물러서고,

투명한 벽 뒤로 마음을 숨긴다.


하지만 이번에는 꼬리를 살짝 흔들어준다.

그것이 바로 내가 선택한 다가가는 방식이다.

거리를 두면서도 마음은 열어두는 것.

물러서면서도 완전히 멀어지지는 않는 것.

그것이 나,

라떼만의 사랑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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