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가는 법, 물러나는 법(2)

2부 행복이의 시선 – ESFP 강아지 행복이

by 늘람

아침 햇살이 거실을 가득 채우면 나는 꼬리부터 깨어난다.

움직일 때 마음이 따라오는 게 아니라,

어쩌면 마음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 같다.


보고 싶으면 달려가고,

궁금하면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다.

좋아하면 온몸으로 꼬리를 흔들고,

신이 나면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돈다.

그게 바로 나다.


나는 그렇게 사랑을 표현한다.

지금 이 순간을 기다리지 않고,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지금, 바로 지금 마음을 쏟아낸다.


라떼 언니는 정말 다르다.

언니는 내가 다가가면 슬며시 물러선다.

때로는 휘릭~ 하고 앞발을 휘두르기도 한다.

코끝이 따끔했던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이면 나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서며

머릿속으로 되짚어본다.

"내가 너무 성급했나? 너무 시끄러웠나?"


나는 단지 반가워서 그랬을 뿐인데.

언니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만 들어도

너무 기뻐서 꼬리를 신나게 흔들고,

코끝을 들이밀고,

"언니야! 언니 왔어!" 하고

온 마음으로 환영했을 뿐인데 말이다.


언니는 늘 조용하다.

창가에 앉아 먼 곳을 바라보거나,

높은 선반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거나,

때로는 내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나를 못 본 척하기도 한다.


그런 언니를 볼 때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또 다가가고 싶어진다.

저 조용한 세계 안으로 살짝 들어가서

언니와 함께 있고 싶어진다.


처음엔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언니는 내가 다가가면 피할까?

내가 무서운 건가? 아니면 내가 별로인 건가?

그런 생각에 마음이 찡했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요즘엔 나도 조금은 배웠다.

다가간다는 건 무작정 가까이 가는 게 아니라는 걸.


사람들이 말하듯,

"마음으로는 가깝지만 몸으로는 적당한 거리"라는 게

정말 있다는 걸 말이다.


어제 일을 생각해 보면 그렇다.

언니가 내 손을 조심스럽게 킁킁 맡고,

살짝 뒤로 물러섰을 때,

나는 순간 조금 서운했다.


하지만 그때 언니의 꼬리가 살랑살랑 움직이는 걸 봤다.

아주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나는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그게 언니만의 인사 방식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여기까지는 괜찮아, 고마워."

말 대신 꼬리로 보내는 언니의 조용한 메시지 말이다.


나는 원래 한 번에 쫄래쫄래 다가가는 아이였다.

하지만 이제는 중간중간 멈출 줄도 안다.

언니 앞에서 앞발을 들기 전에 먼저 눈을 마주치고,

꼬리를 살살 흔들어 "나 여기 있어, 괜찮지?" 하고 물어본다.


언니가 고개를 돌리지 않으면 한 발 더,

언니가 귀를 뒤로 젖히면 그 자리에서 멈춘다.

그건 언니가 가르쳐준 거다.


사랑은 속도보다 타이밍이라는 걸.*

다가가는 법에도 리듬이 있고,

그 리듬을 맞춰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말이다.


물론 나는 여전히 자주 실수한다.

너무 신이 나서 갑자기 덤비거나,

언니가 졸고 있는데 덜컥 깨워버리기도 한다.

그럴 때면 언니는 툭 하고 보이지 않는 벽을 세운다.

마치 "잠깐, 쉬어가자"라고 말하는 것처럼.


하지만 나는 이젠 그것이 영원한 거절이 아니라는 걸 안다.

잠시 쉬어가자는 신호일뿐이다.

그래서 나는 그 자리에 앉아서 기다린다.

내 꼬리를 조용히 바닥에 놓고,

언니와 눈을 맞추며

"언니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릴게" 하는 마음으로.


신기한 건, 언니도 변하고 있다는 거다.

지난주에 내가 아파서 기운 없이 누워 있을 때,

언니가 처음으로 내 옆에 와서 몸을 웅크렸다.

그때 느꼈던 언니의 따뜻함이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생생하다.


언니도 나만큼이나 다가가고 싶어 한다는 걸,

다만 그 방법이 다를 뿐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사실,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걸 배웠다.

바람이 살랑살랑 지나가고,

햇살이 조금씩 따뜻해지고,

언니가 천천히 마음의 문을 여는

그 순간까지의 시간들이 내 마음을 더 넓고 깊게 만들어준다.


그건 예전엔 전혀 몰랐던 기분이다.

기다림 속에도 설렘이 있고,

천천히 다가가는 것 속에도 충분한 기쁨이 있다는 걸.


오늘 아침에도 그랬다.

언니가 테라스 문 앞에서 한참 동안 앉아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그 옆에 가서 앉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그냥 함께 있었다.


햇살도 함께 받고,

바람도 함께 맞고,

언니의 고요한 시간을 함께 나누었다.


그 평온한 시간이 오래오래 내 마음에 남을 것 같다.

나는 여전히 먼저 다가간다.

그게 바로 나니까.


하지만 이제는 조금 천천히,

조금 더 조심스럽게,

언니의 리듬을 존중하면서 다가간다.


언니가 한 걸음 물러서면, 나도 한 걸음 멈춘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조금씩 더 가까워진다.

그게 나, 행복이만의 다가가는 방식이다.


조금씩, 조금씩. 그래도 늘, 온 마음을 다해서.

언니와 내가 만드는 우리만의 춤처럼,

서로의 발걸음을 배워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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