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도시의 파동은 어디서 끊어졌을까.
도시는 본래 숨 쉬고, 흐르는 것이었다.
길이 있었고, 그 길 위에 사람이 있었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말이 오갔다.
그 말소리는 바람처럼 흘렀고,
가로수에 부딪히고,
골목 어귀의 작은 가게 간판에 스며들고,
우연한 만남 속에서 방향을 바꿨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도시에는 길보다 벽이 많아졌다.
도시는 더 커지고 넓어졌지만,
시선은 멀리 닿지 않고, 관계의 깊이는 얕아져 갔다.
서울은 거대한 콘크리트의 숲이 되었고, 그 숲의 이름은 '대단지 아파트'다.
한국의 아파트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물 정도로 고급스럽다.
단지 안에 있는 헬스장, 북카페, 실내 놀이터, 택배함, 무인 경비 시스템, 브랜드 로고.
외국인들은 종종 놀란다.
이렇게 고급스러우면서도 수십만 채가 일률적인 집단으로 존재하는 광경은 보기 드물기 때문이다.
대단지 아파트의 풍경은 언제나 비슷하다.
단지 안 도로는 넓고 깨끗하고, 조경도 잘 되어 있으며, 관리도 완벽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사는 곳인데
길 위에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도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모두 어디론가 빨리 사라지려는 듯 걷는다.
이 고급스러움은 곧 폐쇄성과 담합의 언어이기도 하다.
단지 안 사람들은 공통의 목표를 가진다.
바로 "이 집값을 떨어뜨려선 안 된다."
그 공감대는 곧 배타성으로 바뀌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보다,
'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내부 규율'이 더 중요해진다.
커뮤니티라는 이름의 공간에서, 커뮤니케이션은 사라진다.
도시의 본질은 '길'에 있다.
길은 이동의 통로이자, 관계의 통로다.
길이 있어야 문화가 흐르고, 정보가 흐르고, 감정의 파동도 전달된다.
종로를 걸어보자.
피맛골에서 시작해 인사동으로, 다시 삼청동으로 이어지는 길.
그 길 위에는 전통찻집과 현대적 갤러리가 공존하고,
70대 할머니와 20대 대학생이 같은 벤치에 앉는다.
이것이 도시가 만드는 '우연의 교차점'이다.
그런데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는 순간, 그곳은 하나의 섬이 된다.
길은 끊기고, 기존의 도로는 '진입로'로 바뀌고,
그 단지를 관통하던 사람들은 '외부인'이 된다.
예전에 마을을 가로지르던 작은 길들이 있었다.
동네 주민들이 지름길로 사용하고,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가끔은 고양이가 느긋하게 걷던 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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