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래도 부럽다.

by 늘람

나는 드라마를 보면서 가끔 주인공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그 부러움은 흔히 말하는 외모나 재산, 직업, 재능에서 비롯된 건 아니다.

오히려 아주 사소한, 낯선 모습에 대한 부러움이다.


그들은 언제나 활기차다.

아침에 일어나면 눈을 반짝이며 출근 준비를 하고,

점심에는 동료들과 웃으며 식사를 나누고,

오후엔 빽빽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저녁엔 사람들과의 모임에 늦지 않게 도착해서

술을 마시고, 웃고, 이야기한다.

한밤중엔 고백을 하거나 장르에 따라선 악과 맞서 싸움을 하고,

새벽이면 감정을 정리하며 또 다른 선택을 한다.


그렇게 쉼 없는 하루를 보내고도,

다음 날 아침,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반듯한 셔츠를 입고

눈을 반짝이며 하루를 시작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나는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난다.

아직 어둠이 남아 있는 부엌에서 가벼운 아침 식사를 하고,

하품을 몇 번이고 반복하며 강아지 밥을 준비하고,

배변패드를 정리하고,

물을 갈아주고,

행복이의 작은 발소리를 따라 몇 걸음 움직이다가

시간을 확인하고 출근 준비를 한다.


6시에 출근을 시작하면 하루의 중력은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가르친다는 일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일이 아니다.

마음의 결을 살피고,

흐름을 읽고,

어떤 말은 들어주고,

어떤 말은 흘려보내고,

어떤 날은 가만히 지켜봐야 하고,

어떤 날은 먼저 말을 걸어야 한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는 시간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진동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그 진동은 어느새 나의 에너지를 가져간다.


오후 4시 반이 되면, 나는 거의 무중력 상태가 된다.

에너지가 모두 소모된 우주선처럼

집으로 귀환하는 길에 몸은 한없이 느려지고,

막히는 도로 위 운전대를 잡은 손에도 힘없음이 느껴지고,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빨라지지 않는다.

6시쯤 집에 도착하면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가만히 움직이지 않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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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결'과 '시간의 흐름'을 따라, 조용히 스며드는 이야기를 씁니다. 늘 머무르며 흐르는 글로 만나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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