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의 법칙, 질서의 붕괴와 잔향

by 늘람

탁자 위에는 네 개의 컵이 남아 있었다.

함께 채웠던 두 개의 컵은 이미 비어 있었고,

한때 뜨거웠던 한 개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있는 건 오직 하나, 혼자 마주한 현재뿐이다.


사랑의 끝은 이렇게 질서를 잃은 풍경으로 다가온다.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

그래서, 우주는 점점 더 무질서한 상태로 나아간다.


사랑도 그렇다.

처음엔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다.

아침 인사, 주말의 약속, 서로에게 보내는 잦은 메시지까지.


관계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그 질서는 서서히 깨진다.

연락은 불규칙해지고,

말은 모호해지고,

감정의 방향은 엇갈린다.

그렇게 사랑은 엔트로피의 방향을 따른다.


엔트로피는 단순한 무질서가 아니다.

시스템이 가질 수 있는 미시적 상태의 수.


사랑이 시작될 때 두 사람의 감정은 놀랍도록 정렬된다.

"너도 그랬어?" "나도 그 생각하고 있었어."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이 하나의 결정 구조처럼

정돈된 방향으로 정렬된다.


그것은 질서였고,

그 질서 안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같은 것을 좋아하고,

같은 것을 싫어하고,

같은 미래를 꿈꾼다.

감정의 자유도가 제한되지만,

그 제한 안에는 강한 결속력이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다른 관심사,

다른 피로감,

다른 생활 리듬으로 조금씩 어긋난다.


온도가 올라가면 분자들의 운동이 활발해지고,

곧 질서가 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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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결'과 '시간의 흐름'을 따라, 조용히 스며드는 이야기를 씁니다. 늘 머무르며 흐르는 글로 만나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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