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에 담배 연기를 한 번 띄운다.
오래 보지 못했던 까뮈가 골목 끝에서 걸어온다.
나를 보자 조금 망설이다가 다가온다.
손을 뻗으면 반 발짝 물러서는 그 거리감이 귀엽다.
사료 봉지를 흔들며 더 가까이 가보려 하지만,
까뮈는 늘 그렇듯 마지막 선을 지킨다.
좋아한다는 건 꼭 붙잡는 일이 아니라,
서로가 견딜 수 있는 간격을 기억하는 일이라는 걸,
이 작은 고양이가 가르쳐준다.
집에 올라오자 라떼가 문틈에서 고개를 낸다.
츄르를 먹을 때만큼은 누구보다 솔직하다.
혀끝으로 조심스레 핥더니,
마지막 한 점을 확인하고는 다리를 툭툭 털며 도망간다.
그 엉거주춤한 뒷모습이 우스워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웃음은 거대한 사건에서가 아닌,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 버리는 장면에서 더 자주 나를 찾아온다.
위층 방으로 올라가면 행복이가 기다린다.
생리 중이라 기저귀를 하고 있는데,
서 있을 때보다 앉을 때 더 불편해 보인다.
몸을 비스듬히 기댄 채 나를 바라보는 눈이 말한다.
“오늘은 그냥 조용히, 옆에만 있어줘.”
다가가 조심히 쓰다듬는다.
아픈 곳에는 과한 말보다 온도가 먼저 닿는다.
몸의 온기는 때로는 어떤 말보다도 정확하다.
출근하자마자 시험범위 안내 가정통신문을 마무리하고,
오늘부터 공개되는 기출문제 게시가 제대로 되었는지 다시 확인한다.
공강시간에는 시험 문제를 출제한다.
할 일 목록 체크박스에 체크를 할 때마다 마음이 조금 가벼워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작은 체크들이 하루에 촘촘한 그림자를 만든다.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은 끝이 보이지 않고,
끝이 보이지 않는 목록은 사람을 쉽게 늙어가게 만든다.
요즘 유난히 지친 이유를 곱씹어 본다.
휴직한 선생님의 업무를 대신하는 일과
부장 업무가 겹쳐진 탓이 클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것만일까.
정규수업에는 느슨하고,
쉬는 시간에는 누구보다 분주한 아이들을 바라볼 때,
마음 깊숙한 곳에서 ‘의미의 끈’이 한 번씩 뚝, 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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