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다는 말을 나는 종종 내뱉는다.
그러나 그 말은 언제나 진심이 아니다.
가만히 멈추어 있는 일은 생각만큼 달콤하지 않다.
절대영도에 닿을 수 없듯,
삶 속에서 완전한 정지는 불가능하다.
몸은 멈추어도 마음은 미세하게 흔들린다.
잡음처럼 스며드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마음의 표면을 일렁이게 한다.
지난주는 유난히 무거웠다.
시험 전 연수 진행, 각종 업무 관련 안내, 수행평가 진행에 수업,
그에 더불어 다가올 일들의 장력이 앞당겨 마음을 당겼다.
다음 주부터는 원안지 검토를 혼자 진행해야 하고,
시험 준비와 세팅도 챙겨야 하며,
예산 사용 계획까지 점검해야 한다.
그래서 주말과 휴일 동안 나는 내 과목의 시험 문제 출제에 몰두했다.
해야 할 것들의 목록에 매달리는 대신,
직접 풀어내는 쪽을 선택했다.
그렇게 집중하다 보니 오히려 우울은 옅어졌다.
흩어진 벡터들이 한 방향으로 정렬될 때 합력이 줄어드는 것처럼,
몰두는 나를 고요하게 했다.
결국 나는 '하지 않음'이 아닌
'제대로 하는 것' 속에서 쉼을 찾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새벽 다섯 시. 요즘 내 일상에 새로 자리 잡은 루틴이 있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1층 주차장으로 내려간다.
아직 어둠의 가루가 벽과 바닥에 얇게 붙어 있는 시간.
나는 조용히 이름을 부른다. "까뮈."
그 소리가 콘크리트 기둥 사이로 번져 나간다.
잠시 뒤, 까뮈가 짧게 울며 응답한다.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나를 향해 다가온다.
나는 차에서 사료를 꺼내 그릇에 담는다.
봉지가 열리는 소리,
알갱이가 부딪히는 건조한 울림이 새벽 공기 속에 번진다.
까뮈는 그 소리를 기억하는 듯 고개를 숙이고,
이내 아작아작 씹기 시작한다.
나는 그 곁에 앉아 그 소리를 듣는다.
규칙적인 파형이 고요한 공기 위에 얹힌다.
한밤의 뒤엉킨 생각들이 천천히 가라앉는다.
잡음과 신호를 구분하기 힘들던 감각이 어느 순간 임계값을 넘고,
'지금'이라는 측정값으로 확정된다.
식사를 마친 까뮈는 나를 한번 바라보고 짧게 울며 인사를 남긴다.
이어 눈과 입 주변을 닦고,
털을 가지런히 정리한 뒤 익숙한 길로 사라진다.
그 뒷모습은 마치 자신이 지나온 궤도를
정확히 기억하겠다는 표시처럼 보인다.
문을 열고 올라오면 라떼가 기다린다.
평소에는 까칠하지만,
추르 앞에서만은 예외를 허락한다.
머리와 얼굴, 턱을 내어주고,
찹찹 소리를 내며 마지막 한 방울까지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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