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뮈 이야기
8월이었다.
주차장 구석에 어리고 작은 까만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턱과 목, 발끝만 하얗고 나머지는 모두 검은,
마치 검정색 턱시도를 차려입은 듯한 고양이.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그 아이를 '까뮈'라고 불렀다.
그 뒤로 몇 번 마주쳤고,
나는 내려갈 때마다 추르를 건네며
조금씩 서로의 간격을 좁혀갔다.
어느 날부턴가는
아침·저녁으로 밥을 주는 사이가 되었고,
까뮈는 여전히 경계하면서도
부르면 멀리서 돌아보는 정도의
신뢰가 쌓여갔다.
신뢰란
거리의 함수다.
너무 가까우면 위협이 되고,
너무 멀면 무관심이 된다.
까뮈와 나 사이의 거리는
아주 천천히,
조금씩만 좁혀지고 있었다.
11월 18일, 예상 밖의 일로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었다.
그날 아침,
출근 전에 밥을 주려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는데
차 키를 놓고 나온 걸 깨닫고 다시 올라오는 길이었다.
공동현관이 열렸다 닫히는 그 짧은 순간,
까뮈가 자동문이 열린 틈을 타고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깜짝 놀라 건물 내부를 찾기 시작했고
결국 7층 우리 집 테라스를 들어가는 문 앞,
빈 화분 뒤에서
몸을 잔뜩 웅크린 까뮈를 발견했다.
가까이 가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두려워서인지,
길이 막혀서인지,
아니면 잠시 방향을 잃었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고양이에게 수직 이동은 본능이지만,
7층이라는 높이는
까뮈의 세계를 완전히 벗어난 차원이었을 것이다.
중력이 만드는 위치 에너지는
높이에 비례해 증가하고,
까뮈는 지금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에너지 준위를
훌쩍 넘어선 곳에 있었다.
출근 시간은 다가왔고
나는 까뮈의 혼란이 더 커질게 걱정되어,
조심스럽게 그 자리를 떠나,
출근을 했다.
일을 하는 동안도 하루 종일 까뮈가 걱정되었다.
어쩔 수 없이,
5교시 수업을 끝내고
조퇴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까뮈는 아침 그대로
빈 화분 뒤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웅크리고 있었다.
아마 하루 종일 그 상태였을 것이다.
시간은 관측자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
나에게는 몇 시간이었지만,
까뮈에게 그 시간은
얼마나 길고 무거웠을까.
낯선 높이에 갇힌 존재가
자신의 좌표를 잃고
시간마저 정지한 듯
웅크려 있는 모습.
나는 조용히 테라스 현관문을 활짝 열어두었다.
까뮈가 스스로 나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준 뒤
멀리서 조용히 바라보았다.
까뮈는 조심조심 복도에서 테라스가 있는 현관 쪽으로 움직였다.
그렇게 열린 문을 통해 테라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담을 뛰어 올라 지붕을 통해
순식간에 사라졌다.
까뮈는 그날 밤부터 보이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다음 날 저녁까지
나는 주차장 주변과 골목길,
조금 떨어진 도로까지 몇 번이나 왕복하며 까뮈를 찾았다.
혹시
7층에서 건물들 사이를 뛰어 내려오다가 다치지는 않았는지,
낯선 길에서 위험한 일을 겪지는 않았는지,
그 작은 몸으로 한겨울의 밤을 견딜 수 있을지,
모든 걱정이 마음 한쪽에 무겁게 쌓였다.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한 번 흩어진 것은
저절로 모이지 않는다.
질서는 쉽게 무너지지만,
복원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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