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편 - 공진의 순간

Resonance

by 늘람

⚠️ 이 글의 성격에 대한 안내

이 시리즈는 정답을 선언하는 글이 아닌, 변화하는 세계와 함께 조금씩 다듬어가는 사유의 기록입니다. 데이터와 연구가 축적되거나, 이후 편에서 더 깊은 맥락이 드러나면 일부 내용은 수정되거나 재구성될 수 있습니다. 이는 오류가 아닌, 더 정확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이 글을 '완성본'이 아닌 '진행 중인 사유'로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단 1퍼센트의 차이

2018년,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Damon Centola 연구팀은 대규모 실험을 설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고, 참가자들에게 특정 규범을 따르면 보상을 주었다.

그리고 일부 참가자들에게 새로운 규범을 제안하도록 했다.


소수 집단이 새로운 방식을 밀어붙였다.

처음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집단의 10퍼센트가 새 규범을 따랐을 때도, 15퍼센트일 때도, 20퍼센트일 때도 기존 규범이 유지되었다.


보상을 두 배, 세 배로 늘려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집단의 24퍼센트가 새 규범을 따르기 시작할 때까지는 그 동안의 익숙한 방식을 고수했다.


그런데 새 규범을 따르는 사람이 25퍼센트가 되는 순간, 급격한 전환이 일어났다.

기존 규범이 무너지고, 새로운 규범이 전체로 확산되었다.


실험을 반복해도 같은 패턴이 나타났다.

집단의 비율 24퍼센트에서는 실패했고, 25퍼센트에서는 성공했다.

단 1퍼센트의 차이였다.


Centola는 이것을 티핑 포인트라 불렀다.

임계점을 넘는 순간, 변화는 스스로 지속되기 시작한다.

외부의 힘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시스템 자체가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인다.


공진은 외부 진동의 주기가 물체의 고유 진동수와 일치할 때 일어난다.

작은 힘으로도 큰 진폭을 만든다.


사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어느 임계점을 넘는 순간 작은 변화는 큰 흐름이 된다.

빠르게 전환한 이들의 26퍼센트, 안전지대에 머문 52퍼센트, 다른 길을 선택한 22퍼센트.

그 숫자들 사이 어딘가에 임계점이 존재한다.


59퍼센트의 가속

2023년 11월, IBM은 전 세계 8,584명의 IT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42퍼센트의 기업이 AI를 활발히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다음이었다.

AI를 조기에 채택한 기업들 중 59퍼센트가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었다.

절반이 넘는 조직이 더 빠르게 움직였고, 더 많이 투자했으며, 더 과감하게 확장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초기에 성공을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고객 서비스 자동화로 응답 시간이 단축되었고, 코드 생성 도구로 개발 속도가 빨라졌으며, 마케팅 콘텐츠 제작 비용이 줄어들었다.

작은 성공이었지만 측정 가능했고, 확인 가능했으며, 공유 또한 가능했다.

성공이 다음 투자를 불렀고, 다음 투자가 더 큰 성공을 만들었다.


공진이었다.

공진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외부 자극의 주기가 고유 진동수와 맞아야 하고, 지속적인 에너지 공급이 필요하며, 감쇠보다 큰 힘이 작용해야 한다.


조직도 마찬가지였다.

초기 성공이라는 외부 자극이 조직이 추구하던 방향과 맞아떨어졌다.

리더십은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했고, 성과가 불안보다 컸다.


McKinsey 연구에서 문화 전환에 투자한 조직이 다섯 배 높은 성공률을 보인 이유도 여기 있었다.

리더십이 방향을 제시하고, 초기 성공이 확인되고, 그 경험이 조직 전체로 공유되는 순간 공진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40퍼센트는 샌드박스에 갇혀 있었다.

시작했지만 확장하지 못했고, 외부 자극은 있었지만 고유 진동수와 맞지 않았거나, 에너지 공급이 끊겼거나, 감쇠가 더 컸다.

공진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것이다.


10개월의 전환

2023년과 2024년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McKinsey가 추적한 결과를 보면 Gen AI를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조직이 33퍼센트에서 65퍼센트로 증가했다.

10개월 만에 두 배가 되었다.


AI 전체로 보면 더 극적이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AI 채택률은 50퍼센트 근처에서 정체되어 있었다.

6년간 거의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2024년 72퍼센트로 급증했다.

어느 지점을 넘어서자 가속이 붙었다.

Centola의 25퍼센트 법칙이 작동 했던 것일까.


McKinsey는 다른 숫자를 제시했다.

조직 변화에 필요한 임계 집단은 10에서 30퍼센트라는 것이었다.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먼저 참여시키면 10퍼센트로도 가능하고, 고위험 변화는 30퍼센트가 필요했다.


하지만 패턴은 같았다.

어느 임계를 넘으면 변화는 자기 지속적이 된다.

2024년 St. Louis Fed 연구를 보면 미국 노동자의 39퍼센트가 업무에 Gen AI를 사용했다.

그 중 34퍼센트는 매일 사용했고, AI 사용이 일상이 된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들은 더 이상 '실험하는' 사람들이 아니었고, Gen AI와 함께 일하는 것이 정체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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