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의 스펙트럼과 반사의 물리학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문득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어두웠다.
사람은 많았지만, 색이 보이지 않았다.
검은색 코트, 검은색 패딩, 검은색 바지.
그 사이에 회색과 남색이 드문드문 섞여 있었다.
밝은 색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빛은 분명히 존재했다.
천장의 형광등은 일정한 광속으로 공간을 채우고 있었고, 창문 밖으로는 아침 햇빛이 건물의 표면을 따라 미끄러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공간은 밝지 않았다.
그 순간, 물리학의 가장 단순한 사실 하나가 떠올랐다.
빛은 세계를 밝히지 않는다.
세계를 밝히는 것은 반사다.
빛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이 눈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어떤 표면이 그것을 되돌려 보내야 한다.
색은 물질의 고유한 속성이 아니다.
색은 흡수되지 않고 살아남은 파장의 이름이다.
검은색은 대부분의 파장을 흡수한다.
거의 아무것도 되돌려 보내지 않는다.
반대로 밝은 색은 더 많은 파장을 반사한다.
그 표면은 빛을 머금지 않고, 다시 세계로 돌려보낸다.
그 차이는 단지 시각적 차이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에너지의 흐름 방식의 차이다.
흡수하는 표면과, 반사하는 표면.
그 두 표면이 만들어내는 세계는 서로 다른 구조를 갖는다.
인간의 눈은 단순한 광학 장치가 아니다.
망막은 빛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고, 그 신호는 시신경을 따라 뇌로 전달된다.
그리고 그 신호는 단지 시각 피질에만 도달하지 않는다.
그 신호의 일부는 시상하부로 전달된다.
시상하부는 자율신경계와 호르몬 시스템을 조절하는 핵심 구조다.
빛의 파장은 뇌의 상태를 바꾼다.
밝은 자연광에 노출된 날, 우리는 더 또렷하게 깨어 있고, 더 멀리까지 생각할 수 있다.
겨울이 길어지고 햇빛이 줄어들면, 이유 없이 마음이 가라앉기도 한다.
이것은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입력 신호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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